김연아의 기량은 여전하고 심리적인 면은 훨씬 여유로워진 반면, 아사다는 이미 평범한 선수로 전락해 버린 모습이다.
20개월 만에 경쟁무대에 복귀한 ‘피겨퀸’ 김연아(22)를 둘러싼 상황이 당초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아사다 마오(22·일본)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약 2년 전 보다 복귀한 지금이 오히려 더 아사다와의 격차가 커졌다는 평가다.
김연아는 지난 9일(한국시각)독일 도르트문트서 끝난 NRW트로피에서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201.61)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출국 전 대한빙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김연아의 컨디션과 그동안의 연습과정을 언급하며 “200점 이상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신반의’ 분위기 속에 김연아는 기어코 200점을 돌파했다.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 프리 스케이팅 ‘레 미제라블’ 등 새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이는 무대이기도 했던 이 대회에서 김연아는 2~3주 전 그랑프리 무대에 섰다고 해도 믿을 만큼의 자연스럽고 빼어난 연기를 펼쳤다. ‘옥에 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나긴 공백기와 마음고생을 겪은 후에도 시즌 최고점을 이끈 것은 다른 선수들과 분명한 차별점이다.
<시카고트리뷴>의 저명한 피겨 스케이팅 전문기자인 필립 허시는 최근 '스타 기근에 허덕이는 피겨계에 김연아가 돌아왔다'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김연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올 시즌 어떤 여자 선수들이 받은 점수보다도 높았다"며 "김연아의 연기는 그녀를 그리워했던 피겨 팬들에게 과거의 압도적인 모습을 연상케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연아가 올린 고득점은) 스타 부재에 시달리는 피겨계에 김연아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심판들이 감사를 표하는 방식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200점을 넘긴 김연아의 고득점에 대해 ‘잘 하기는 했으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은근한 시각이 깔려 있는 뉘앙스의 코멘트다.
같은 기간 열린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우승한 일본의 아사다도 지난달 자국서 열린 그랑프리 6차 대회 ‘NHK트로피’ 우승 직후 점수에 관한 논란에 휩싸였다. 아사다는 NHK트로피에서 185.27점으로 2위 스즈키 아키코를 0.05점차로 제치고 우승했지만 프리 스케이팅 연기에서 총 7차례의 점프 중 4차례의 점프에서 실수를 저질러 상대적으로 뛰어난 연기를 펼친 스즈키가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지만, 총점에서 스즈키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 논란의 중심이 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이그재미너닷컴>의 피겨 전문칼럼니스트 재키 웡은 이에 대해 "아사다 마오의 우승은 심판들의 선물이다. 누가 우승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고 반문, 아사다의 우승이 심판들의 편파판정 덕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심판들로부터 보너스 점수를 받았다는 시각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복귀전에서 200점이 넘는 점수를 받은 김연아에게 <시카고트리뷴> 허시 기자가 언급한 ‘김연아에 대한 심판진의 감사 표현’과 아사다가 심판들로부터 받았다는 ‘선물’은 비슷한 내용이지만 그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아사다는 자국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의 부진을 딛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총점 196.80점(쇼트 66.95점, 프리 129.8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김연아에게는 역부족이라는 국내 피겨 전문가의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일본 빙상연맹 강화부 코디네이터 시로타 노리코는 지난 12일 <스포츠호치>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연아와 아사다의 연기를 비교하며 "현재 두 사람의 차이는 성인과 아이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사다가 이기려면 점프의 정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점프 시도 때 자세가 앞으로 기울어져 회전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스피드까지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마오의 '대명사'였던 트리플 악셀 점프나 3회전-3회전 연속점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빠른 흐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로타의 시각은 대다수 일본 언론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아사다가 김연아와 맞붙는 실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정확하게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김연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 하지만 이번 시즌 아사다의 느려진 스케이팅 스피드와 점프 동작 직전의 준비동작이 이전보다 길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사다가 앞으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김연아 복귀전과 그랑프리 파이널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내년 세계선수권의 우승 구도는 역시 김연아와 아사다의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하지만 향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결과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만큼 김연아의 기량은 여전하고 심리적인 면은 훨씬 여유로워진 반면, 아사다는 이미 평범한 선수로 전락해 버린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당초 김연아의 복귀전을 앞두고 언론은 물론 김연아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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