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카드사 CEO들의 경영전략 '4인4색'
빅데이터·카드·디자인 등 최고경영자 경영철학 반영
최근 카드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교체됐다. 이들 모두 수익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처한 업계의 위기상황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무장시켜 업계 최고를 차지하겠다는 야심한 포부를 갖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색깔이 묻어난 경영철학과 전략을 세우고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기나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빅데이터 경영을,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은 기존 통합 서비스를 특화된 서비스 '세분화'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CEO 자질을 검증받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디자인 경영에 초점을 맞췄으며, 처음으로 금융권 사장직을 맡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젊은 감각의 역동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카드 새 대표이사로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올해만 카드사 4곳 중 3곳의 수장이 바뀌었다.
카드사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새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이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지고 있다.
취임 이후 대내외적으로 가장 뚜렷한 경영철학을 보인 사람은 지난 8월에 취임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다.
위 사장의 경영철학은 신한카드 슬로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위 사장 취임 이후 신한카드의 슬로건을 '빅 투 그레이트(Big to Great) 신한카드'로 교체했다. 2200만 고객의 정보를 가공해 고객 편의는 물론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겠다는 위 사장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에 맞춰 신한카드는 이달 안으로 업계 최초 '빅데이터 센터'를 출범시킨다. 고객 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위 사장은 "신한카드가 지향하는 빅데이터는 고객 정보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재창출해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라며 "규모의 1등을 넘어 작은 부분까지 생각하는 1등 카드사가 될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신용카드 신 상품을 통해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CEO도 있다. 지난 7월에 취임한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카드는 최근 4종의 한글 카드 시리즈 'KB국민 훈·민·정·음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심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소비패턴을 분석한 결과 4가지 유형으로 모든 회원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심 사장의 전략이다.
특히 기존 국민카드의 '혜담'이 카드 하나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통합'에 특화됐다면, 훈민정음 카드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카드를 선택하는 '세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기존 원카드 상품과 함께 고객 취향에 따라 세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훈민정음 카드는 고객 편의를 높여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경영전략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디자인' 감각을 갖추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이미 경영실력을 검증받았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를 지난 2002년 시장점유율 1.9%에서 3년 만에 5배를 증가시켜 지금의 현대카드를 있게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정 사장의 경영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정 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은 물론 일상까지 날것 그대로 SNS를 통해 공유한다. 이미 현대카드 직원은 물론 SNS 이용자 사이에선 정 사장의 글이 수평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사장님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서 소소한 일상까지 접하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사장님과 소통하는데 부담이 덜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서체는 이미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을 성공 사례로 꼽힌다"며 "마케팅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현대카드의 경영전략은 방향이 뚜렷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카드의 새 수장 원기찬 사장에 대해서도 업계 관심도 비상하다.
지금까지 원 사장은 삼성의 '인사통'으로 잘 알려졌다. 원 사장이 삼성카드로 입성하면서 첫 스타트가 조직개편이 되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다.
원 사장이 첫 금융권 사장직을 맡다보니 취임 이후 어떤 경영전략을 내놓을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원 사장이 삼성카드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원 사장은 삼성그룹 대학생 강연프로그램 '열정락서'에서 멘토로 나와 청바지 복장에 기타를 치며 빅뱅의 '붉은 노을'을 불러 젊은 감각을 과시했다. 또 대학생 때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꼴찌를 했던 사연도 유명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이미 금융권이 아닌 IT업계 출신인 최치훈 전 사장의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삼성전자 출신이 금융권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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