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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용병’ 데얀 중국행…K리그 전설이 된 6년


입력 2013.12.29 10:29 수정 2013.12.29 10:4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역대 외국인선수 최다골-MVP-리그 우승 2회

실력만큼 훌륭했던 인품, 팬과 동료 아쉬움 속 결별

데얀은 K리그의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연합뉴스

FC서울의 특급 공격수 데얀(32)이 6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서울은 지난 26일 데얀의 장수 세인티(중국)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데얀의 결별은 서울만이 아니라 K리그 팬들로서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K리그 역사에서 데얀이 남긴 족적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를 넘어 K리그의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K리그에 데얀이 특별한 존재였듯이, 데얀에게도 K리그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사실 2007년 K리그에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데얀은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거나 주목받는 톱클래스의 외국인 선수는 아니었다. 세르비아 리그를 마치고 에이전트의 권유로 K리그 인천행을 타진했을 때 데얀은 귀하신 몸은커녕, 그저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온 무명의 동유럽 선수에 불과했다. 한국과 한국축구에 대한 사전정보도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데얀이 한국축구에 녹아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얀은 인천을 거쳐 FC 서울에 입단한 2008년부터 전성기를 맞이하며 축구인생의 꽃을 피웠다.

3년 연속 득점왕, K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141골, 이동국에 이어 K리그 역대 2위), 한 시즌 최다득점(31골·2012년), K리그 MVP(2012년), 2회의 리그 우승(2010·2012),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3)등 데얀이 걸어온 발자취가 곧 K리그의 새로운 역사로 이어졌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조국인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데얀은 곧 K리그가 만들어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얀의 성공은 완벽한 후천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지금이야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고 있지만 데얀이 데뷔 초기부터 무결점 공격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K리그의 거친 플레이스타일에 힘겨워했고,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종종 쉽게 흥분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초창기에는 체격에 비하면 슈팅이나 몸싸움, 발재간 무엇 하나 그리 특출한 장점이 없다는 혹평도 들었다.

하지만 데얀은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통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골잡이로서 데얀의 최대 무기는 기술이나 체격을 떠나 바로 '지능적인 플레이'에 있다. 수년간 특급 골잡이로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면서도 변함없이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꾸준함은 알고도 못 막는 데얀 특유의 탁월한 경기운영능력에서 비롯된다.

자신보다 크고 빠른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문전에서의 기민한 위치선정과 타이밍을 뺏는 영리한 완급조절, 정확한 상황판단능력을 통해 수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어떤 위치와 각도에서든 머리와 발로든 모두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는 데얀의 결정력은 상대팀 감독들조차 '공격수의 롤모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데얀이 한국무대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성실하고 긍정적인 성품도 크게 작용했다. 난다 긴다 하는 재능을 지닌 선수들도 낯선 외국에서 온갖 환경적 변수를 극복하고 성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 차이와 다른 축구 스타일, 언어와 음식 문제 등 외국인 선수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의 기간 데얀은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성공적으로 극복해내며 한국축구에 깊숙이 녹아들었다. 여전히 외국인에 대해 은연중 배타적인 정서가 강한 한국축구계에서 소속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나 감독,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데얀을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이유는 바로 그만큼 투철한 프로의식에 있었다.

데얀은 한국무대에서 활약한 6년 동안 이렇다 할 구설수에 오르내린 적이 거의 없고, 경기장 밖에서도 모범적인 사생활을 유지했다. 축구 좀 한다고 동료들을 무시하거나, 구단의 골치를 썩이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부분이다.

2012년 중국 광저우 부리 이적이 무산되면서 태업논란에 휘말렸을 때가 유일한 시련기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데얀은 오히려 팬들의 동정표를 받았다. 프로답게 데얀도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팀에 녹아들었다. 데얀은 그해 속죄하듯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서울의 우승과 함께 개인으로서도 역대에 남을 시즌을 보냈다.

무엇보다 데얀은 K리그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외국인 선수였다. 데뷔 당시 데얀의 한국 별명은 '몬테네그로 특급'이었지만, 이제는 '데얀민국'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굳이 서울 팬이 아니더라도 데얀은 K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선수다.

2012년 데얀이 서울의 우승을 위해 국가대표 A매치 차출까지 보류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올해 정규리그 부산전에서는 경기 중 의식을 잃고 혼절한 팀 동료 몰리나를 빠른 응급처치로 구원했다. 또 재기된 경기에서는 멋진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 대신 벤치에 있는 몰리나를 포옹하는 훈훈한 장면은 데얀이라는 사나이의 성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깨끗한 매너와 팬서비스, 클럽에 대한 애정, 모범적인 사생활 등 데얀은 프로선수로서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선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은 데얀이 기왕이면 K리그에서 은퇴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데얀의 이적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선수생활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데얀으로서는 좋은 조건에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데얀은 비록 떠나지만 그는 국적을 떠나 팬들에게 역대 최고의 K리거 중 한명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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