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전쟁을 준비하자" RO 녹취록 대부분 일치

<현장 2보>7일 공개된 RO녹취록 속 '전쟁준비' '총기발언' 그대로 담겨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 (중략)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한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지금은 중학생들도 인터넷에 들어가 가지고 폭탄을 만들어가지고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잘 해석해서 놓고 본다고 한다면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많다.” (피고인 이상호)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32차 공판이 7일 열린 가운데 이번 재판의 핵심 증거인 ‘5월 마리스타 녹취록’이 법정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재판부가 지난 30차 공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한 녹음파일 32개와 녹취록 29개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특히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5월 12일 서울 마리스타수사회 회합’ 녹취록 내용이 낱낱이 드러나 이목이 집중됐다.

총 4개(약4시간30분 분량)의 파일로 이뤄진 해당 녹취록은 앞서 공개된 국정원의 녹취록 원본 내용과 대부분 일치했다. 그 중 논란이 됐던 이 의원의 ‘전쟁 준비’ ‘제2의 고난의 행군’ 발언과 피고인 이상호의 ‘총기 소지’ 발언 등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강연에서 이 의원은 “현 정세는 새로운 단계로 가는 낡은 지배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단계로 대격변기이며 대 변환기”라며 “종국적으로 조선민족으로 표현되는 자주 역량이 힘에 의해서 승리로 가는 국면은 분명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남녘에 있는 우리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며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고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북은 집권당 아니다.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다”며 “다 상을 받아야 된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RO회합에서 한 벌언이라고 국정원이 조사했던 내용 상당부분이 실제 녹음파일에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해 9월 국정원에 의해 구인되고 있는 이석기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울러 그는 “우리가 자주된 사상, 통일된 사상,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없는 그야 말로 조선민족의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며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하면 물질, 기술적 준비 체계를 반드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경한 말투로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날 법정에서는 당시 모임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피고인 이상호의 ‘총기 발언’에 대한 내용도 공개됐다.

이 의원의 강연 후 이어진 권역별 토론에서 이 씨는 “위장을 하고 우리가 전시에 차단해야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타격을 주자”며 “개별적으로 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모여야 될 것이다. 거기에 맞춰서 소조가 정해질 거고, 임무가 주어지는 상황이 되고..”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하는 문제는 남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인터넷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들에 대한 기초는 나와 있다. 중학생들도 인터넷에 들어가 가지고 폭탄을 만들어가지고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평택유류기지를 예로 들며 “전시상황이라든지 중요한 시기에는 우리가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되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그 시설이 실제로 경비가 엄하진 않았는데 그것이 쉽게 우리가 뭔가를 갖다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듣는 참석자들도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 씨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특히 그는 권역별 토론 후 이뤄진 결과 발표에서 남부지역 토론 내용을 전하며 “총을 준비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부산에 가면 (총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 3초가량 웃음이 새워 나왔으나 분위기는 다시 고요해졌다.

이 씨도 이어서 진지한 목소리로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항일 시기에도 (총을) 만들어 썼는데 손재주가 있고 결의가 있으면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 했다”며 “그런데 불행히도 화공과 나온 사람은 없다. 이런 집단적인 논의를 통해 탈취를 하는 과정이라든가 혹은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라던가 통신선을 파괴한다든가 하는 나한테 어떤 임무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신념이 이렇게 구체적인 논의 속에서 확인되어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청취에 앞서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자료 녹취록에 변호인단의 의견이 담긴 각주가 달려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검사 측은 “변호인단이 제출한 녹취록의 각주 중에는 ‘검찰이 녹음파일의 일부 내용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의견이 상당수 포함됐다”며 “각주를 생략한 녹취록을 향후 다시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녹취록 상의 각주도) 작성 주체가 변호인으로 주장된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고, 재판부는 “이 사건의 일차적인 직접 증거는 녹음파일이지 녹취록이 아니다. 녹취록은 재판부의 이해 편의를 돕기 위한 이차적 증거에 불과하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