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방선거부터 상향식 공천 적용하지만...

우선추천지역 설정, 제한적 전략공천 길 열어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제2차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은 25일 오는 6·4 지방선거 공천부터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특히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거나 신청자가 없는 지역은 ‘우선추천지역’으로 설정하기로 규정했다. 사실상 전략공천의 길을 열어 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당규를 제·개정하는 상임전국위원회와 당헌을 제·개정하는 전국위원회를 연이어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날 가결된 개정안은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우선추천지역’ 설정으로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제한적인 전략공천을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당의 각종 공직선거의 후보자는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해 추천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 기존에는 중앙당 공천위원회의 심사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확정됐지만, 오는 20대 총선부터는 기존의 방식에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가 추가된다.

시도지사의 경우 기존에는 추천 기준이 당헌에 없었지만 이번에 아예 새롭게 만들어졌다. 특히 기초선거의 경우 ‘해당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후보자 선정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경선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신설, ‘특정인물 밀어주기식 공천’을 차단했다.

다만 기존의 ‘전략지역’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대신 ‘우선추천지역’을 둬 사실상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선추천지역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이나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곳이다.

당초 당헌·당규 개정안에는 ‘여론조사 등을 참작해’라는 문구가 없었지만, 상임전국위에서 김무성, 홍일표 의원 등이 “전략공천을 유지하려면 여론조사 같은 객관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해당 문구가 추가됐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상임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는 전략공천을 갖고 장난치지 못하도록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내가 ‘전략공천을 악용할 수 있는 소지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했고, 그래서 좋은 수정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황우여 대표는 “당헌에 따라 공정하게 후보를 뽑아도 (경쟁력이) 안 될 경우 시도당이나 중앙당이 무책임하게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며 “여론조사 참작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우선 공천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향식 공천을 할 때는 당원 50%, 일반 유권자 50%의 선거인단 구성을 통한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사정상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이 불가능한 지역구는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인단 규모는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은 지역구 유권자 수의 0.5% 이상 또는 1000명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수 0.5% 이상 또는 300명 이상으로 정했다.

한편, 이날 전국위원회에서는 부산시장에 출마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인천시장에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현행 당헌·당규에서 광역단체장 경선 규정을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규정한 것에 대해 개정을 요구했다.

권 전 대사는 “내가 현재 여론조사가 높게 나오고 있지만, 현재 당헌당규에 규정한대로 경선을 진행할 경우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진정으로 여론조사가 높은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부산시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