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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바로미터' 서울, 박원순 재선 성공 이유


입력 2014.06.05 00:15 수정 2014.06.05 04:21        남궁민관 기자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 접전 결국 세월호 파고에 직격탄

정몽준 네거티브 너무 몰입 "자신만의 정책 펼쳤어야"

6.4지방선거의 개표상황이 4일 자정을 넘겨 5일로 접어든 가운데 서울시장 재선이 유력해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부인 강난희 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선거유세기간 동안 메고다닌 배낭과 운동화를 받은뒤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6.4지방선거의 투표가 끝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나경원 전 의원, 이혜훈 전 최고위원 등과 방송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은 세월호 참사의 바람을 넘지 못했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참사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벌린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며 끝내 서울시장의 자리를 지켜냈다.4일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박 후보는 31만6060표 57.4%의 득표율(5일 자정 기준)을 보이며 22만9705표 41.8%의 득표율을 보인 정 후보를 제치고 당선이 확실시 되며 서울 시장 연임을 이뤄냈다. 8만6355표 차이의 확실한 승리였다.

박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마디로 예상된 결과였다.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세월호 참사 이전인 지난 3월 23~24일 실시했던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는 48.9%, 정 후보는 47.2%의 지지율을 보이며 초접전 양상을 펼쳤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 시민들의 표심은 급변했다. 지난달 15일 같은 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52.9%, 정 후보 32.5%의 지지율을 보이며 무려 20.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밝히며 전국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일정 수준 상승하는 가운데에서도 정 후보의 지지율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서울인만큼 정 후보는 결국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박근혜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으로부터 돌아선 시민들의 표심을 투표 직전까지 돌리지 못했다.

박원순, 지하철 공기질에서 농약급식까지 '산넘어 산'

하지만 이런 박 후보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정 후보는 선거 운동 초반부터 박 후보의 이전 서울 시정을 하나하나 꼬집으며 지속적인 공세를 펼쳤다.

먼저 정 후보가 꺼내든 카드는 '지하철 공기질' 문제다.

정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서울시의 지하철 공기질이 기준치를 벗어나 서울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로 박 후보 측과 서울시에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공동조사와 관련해 논의가 오가던 지난달 18일 두 후보가 모두 참석한 관훈클럽 초청 TV토론회에서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지하철 공기질 문제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지하철의 환기시설을 몰래 연장 가동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정 후보는 '농약 급식'으로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 후보는 지난달 22일 공개된 감사원의 '학교 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결과' 26페이지에 '학교에 공급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123건 중 2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농약이 포함돼 있었음'이라는 문구를 제시하며 농약 급식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친환경급식은 99% 안전하다고 어제 박 후보가 말했는데 공산품은 1% 위험하면 리콜하면 되지만 농산물은 100% 안전해야 한다"며 박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박 후보는 이 같은 지하철 공기질 문제에 대해 "공동 안전공약을 먼저 논의하고 그 과정의 일환으로 다뤄보자"며 차분히 맞섰고 농약 급식에 대해서도 "감사원에서 서울시에 통보한 '처분요구통보' 문건에는 어디에서도 그런 내용을 볼 수 없다"며 맞대응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서울시민들은 결국 박 후보를 밀었다.

정몽준 '과유불급' 네거티브 한계에 봉착

선거 막판에 불거진 박 후보를 향한 정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도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운동 초반부터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이념문제를 비롯해 부인 강난희 씨의 출국설 등을 제기하며 공격적인 공세를 펼쳤다. 급기야 이 같은 네거티브 공세는 강 씨가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병언 일가 연관설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공세에 대해 조용히 해명으로만 대응했던 박 후보 측도 점차 과해지는 네거티브에 유병언 일가 연관설을 보도한 매체와 이수희 정 후보 캠프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이 스스로에게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거티브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을 비롯해 정책 및 공약을 알리는 데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네거티브가 과해지면서 이를 지켜본 유권자들이 오히려 정 후보에 대한 반감이 형성됐다는 평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는 디테일에 강한 측면이 있지만 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그림 그리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며 "정 후보가 농약 강조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큰 그림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박 후보 측은 네거티브에 일정 대응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일관된 포지티브와 희망의 메시지로 답하는 게 시민이 원하는 선거문화"라며 "앞으로 남은 길지 않은 시간 어떤 어려움과 음해 속에서도 긍정 희망의 메시지로 시민 만나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투표 당일 선거 운동을 돌아보는 자리에서 "네거티브 없는 선거, 사실 네거티브라는 게 우리 안하고 상대방만 하는 상황이 되면 참으로 어렵다"며 "(네거티브에 대해)얼마나 큰 유혹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끝까지 참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이미 우리는 승리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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