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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인기·성적 모두 최악…민망한 ‘안티사커’ 결말


입력 2014.06.26 07:04 수정 2014.06.26 07:1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나이지리아전, 이번 대회 최악의 경기 끝에 0-0

아르헨티나 상대 선전했지만, 빗장 푼 보스니아전 완패

이란은 모처럼 빗장을 푼 보스니아전에서 3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이란은 한국 축구와 오랜 악연이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 등 굵직한 무대마다 여러 번 마주쳐 물고 물리는 치열한 혈전을 주고받아 왔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모두 0-1 패배를 안기며 탈락 위기까지 몰아넣기도 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당시 최강희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나와 막말에 가까운 조롱을 퍼붓는가 하면, 한국전 승리 이후에는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한국팬들을 분노케 했다. 한국은 극단적으로 후방을 걸어잠그고 역습을 노리는 이란의 '텐백 전술'과 '침대축구'를 뚫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월드컵 본선무대에 나선 이란의 스타일은 예선 때와 비슷했다. 이란은 F조를 비롯해 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을 통틀어 전력상 가장 최약체로 지목되는 팀이다. 유난히 골이 많이 터지며 공격축구가 득세하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케이로스 감독은 철저한 수비축구를 표방하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는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특히 17일(이하 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경기는 벌써 이번 월드컵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지루한 공방전이었다.

다만 22일 아르헨티나와 2차전만큼은 조금 달랐다. 초반부터 수비에 치중하는 재미없는 축구는 마찬가지였지만 아르헨티나전의 이란은 단순한 침대축구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이란의 텐백 전술에 호되게 당한 끝에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리오넬 메시의 결승골로 천신만고 끝에 1승리를 거뒀다.

이란은 탄탄한 수비조직력으로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수차례 무력화시켰고, 후반에는 몇 차례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이며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역습에 이은 레자 구차네자드와 아쉬칸 데자가의 헤딩슛이 연이어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으나 골로 들어갔어도 손색없는 멋진 장면이었다.

후반 10분에는 아르헨티나 수비수 파블로 사발레타가 문전에서 공을 걷어내다가 아쉬칸 데자가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는 불운도 있었다. 경기의 운명이 완전히 바뀔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후반에도 점유율은 아르헨티나가 월등하게 높았으나 결정적인 찬스는 이란이 더 많았다는데 주목할 만하다. 이란은 역습 때도 최소한의 인원만이 공격에 가담했으나 전방으로 올라가는 한두 번의 정교한 패스와 공격수들의 예리한 배후침투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란이 분명히 아르헨티나를 잡거나 최소한 무승부를 거둘 수도 있었던 경기였고 그랬다면 아마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이 탄생할 뻔했다.

잔뜩 웅크렸던 이란은 26일 보스니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비로소 빗장을 풀고 공격에 나섰지만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오히려 경기력이 이전 경기보다 더 떨어졌다. 오히려 보스니아의 역습에 수비 뒷공간을 내주며 이번 대회 가장 많은 세 골을 허용했다. 수비 외에 다른 장점이나 준비가 미흡했던 이란의 한계였다.

이란은 아마도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인기 없는 축구를 한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유독 이란만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월드컵 같은 세계최고의 무대에서 이란은 어울리지 않는 팀이었다.

그나마 안티사커의 유일한 명분이던 '결과도' 받쳐주지 못했다. 전력의 열세를 감안한 케이로스의 선택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지만 월드컵에서 환영받을 수 없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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