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기자회견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해 발표했다. 예상대로 '유임' 결정을 내리며 홍 감독을 재신임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으로 돌아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 모든 질책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홍명보 감독 개인의 문제로 매듭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비기간도 짧았던 만큼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임기가 내년 6월로 아직 남은 데다 월드컵 준비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사령탑에 앉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내년 1월 호주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이 사실상의 마지막 대회다.
허정무 부회장은 '사과' 반성' '책임' 같은 단어들을 자주 입에 올렸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식으로 책임을 져야하는지, 어떻게 개선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하나도 없었다.
본론은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과를 거울로 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전했다. "홍 감독이 월드컵이 끝나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직접 만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 감독의 유임은 축구협회가 실패를 합리화하기 위한 또 다른 꼼수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H조에서 러시아-알제리-벨기에를 상대하며 조별리그에서 1무2패, 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조별리그 3패 이후 2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었다.
홍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1년밖에 없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홍 감독도 이를 수용하며 "결과가 나쁘면 책임지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제 와서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는 구차하다.
더구나 홍 감독의 문제는 단지 성적만이 아니었다. '의리사커' 논란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대표팀의 기강과 원칙은 무너졌고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속출했다. 빗발치는 비판여론에 눈과 귀를 닫고 홍 감독 뒤에 숨었던 것이 축구협회다. 이제 와서 문제를 통감한다는 것은 눈앞의 성난 여론을 잠시 달래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몽규 회장과 허정무 부회장 등 축구협회 수뇌부도 이번 월드컵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하면서 정작 이번 월드컵의 실패에 책임을 지겠다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말로만 반성', '말로만 책임'을 운운할 뿐 결론은 이제 와서 "월드컵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겠다"는 진부한 변명뿐이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기에 여전히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만의 의리'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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