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탈북루트에 탈북자구출단체 '아연실색'
일본 언론, 탈북루트 '태국삼각지' 들쑤시며 취재 행각 벌여
지난 18일과 19일 중국 산둥성과 윈난성 쿤밍에서 탈북자 27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탈북자구출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존에 이용했던 탈북 루트가 상당부분 외부로 드러나 탈북자들을 빼오는 것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24일 탈북자구출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입국하려는 탈북자들이 연이어 체포되고 있는 상황은 국내외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주요 원인이다. 주요 탈북루트가 보도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과 25일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으로 입국하려는 탈북자들이 체포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같은 교도통신의 보도를 국내 언론들이 받아 확대·재생산 되는 양상이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언론이 탈북자들의 태국지역 탈북 루트인 ‘태국 삼각지’를 파악해 그곳에 잠복해 있다가 탈북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무분별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탈북자구출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일본 기자들은 경찰복을 입고 위장해 잠복해 있다가 탈북자를 잡아 인터뷰를 하고 직접 현지 경찰에 인계까지하는 행태를 보였다.
탈북자들의 경우 태국으로 넘어간 후 경찰로 들어가 “나는 탈북자다”라고 신분을 밝힌 후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태국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일본 기자가 태국 경찰에 탈북자들을 인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언론을 통해 탈북자들이 무사히 태국까지 입국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렇게 되면 북한이 태국까지 가는 최단 거리를 차단하기 위해 해당 국가들에 경계강화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안명철 NK와치 대표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본 언론들의 행태에 탈북자들의 탈출 루트가 드러났다. 새로운 탈북 루트 개척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최근 가뜩이나 탈북자들이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탈북 루트에 대한 보도는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탈북자들이 무사히 태국까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 하면 북한은 태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가들을 통해 탈북자들이 태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계 강화를 요청한다”면서 “최근에는 태국으로 접안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탈북 루트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가 이어지자 기존 최단거리의 탈북 루트는 거의 차단됐다는 것이 탈북자구출단체들의 설명이다. 지난달부터 탈북자들이 붙잡혔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 것도 태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가들의 경계가 강화된 탓이다.
최근 가족을 한국으로 빼내온 한 탈북자는 “최근에는 중국 공안당국이 탈북자 체포 ‘100일 전투’에 돌입했다는 소식까지 접했다”면서 “이 같은 작업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인데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이 돈독한 관계를 보여줬는데 탈북자 북송문제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올해 초 조카를 빼내오려다가 국내 언론이 해당 사실을 포착, 보도해 조카를 잃을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동안 탈북자들은 최단거리 루트를 이용할 경우 보름이면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단거리 루트가 드러나고 탈북자들의 신변이 위험해지자 몇몇 탈북자구출단체는 새로운 곳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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