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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메시지가 뭐길래...남북 고위급 '통크게' 접촉?


입력 2014.10.04 22:38 수정 2014.10.04 23:18        김소정 기자

정부 당국자 "5.24 해제 등 현안 허심탄회하게 논의"

친서도 없고 청와대 예방 불발에도 출경 분위기 좋아

4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북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가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식당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식당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장관 등이 북측 고위층 대표단의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오찬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오전 인천 송도 오크우드 호텔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북측 대표단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우리측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고위 인사 3인방이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격 남한을 방문한 뒤 이날 밤 10시25분에 항공편으로 귀환했다.

이날 북측의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대남비서 등 방문단 11명은 오전 10시쯤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인천시 모 식당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고위급 접촉에 참석한 우리측 인사는 안보 실세라인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오찬을 겸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는 오는 10월 말~11월 초 2차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가 합의됐다.

통일부는 오찬 회담이 끝난 이후 “오늘 회담에서 북측은 앞서 우리가 제안했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11월 초,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통일부는 이어 “대통령께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었으나 북측이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청와대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3인방의 깜짝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향후 이어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원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남측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남북 간 고위급 접촉에서는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측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양측이 이런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데 공감했다. 남북이 통 크게 한번 해보자는 그런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는 없었으나 메시지는 들고 왔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음을 시사했다.

북측 고위 인사들의 청와대 예방 불발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먼저 북측이 설명한 이유를 담담하게 설명함으로써 사전에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기한 고위급 접촉으로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을 호기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대목이다.

이번에 북측 인사들이 남한을 전격 방문한 것은 고단수 전략으로 평가된다.

먼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한달 이상 잠적한 상태에서 갖가지 의혹이 양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실세 3인방을 동시에 남한에 내려보내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또 북한 선수들의 선전으로 한껏 고무된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도부의 이미지를 덧입혀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로 악화된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0.4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7주년이 되는 당일에 북측 고위급 간부 3인방이 남한을 방문한 것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일본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 북측 입장에서는 남한에 눈길을 돌릴 시기가 됐다는 전문가 분석이 많다.

남한에 10.4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대북 경제적 제재를 풀라는 압박으로 이 기조를 앞으로 있을 2차 고위급 회담에까지 이어가 반드시 자신들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1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있은 이후 우리 정부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등을 포함한 2차 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북측은 최근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가 이번에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위급 인사 3명을 한꺼번에 남한에 보내는 것으로 큰 반전 효과를 노렸다.

비록 고위급 접촉에서 ‘김정은의 친서’가 전달되지 않았고, 예상했던 북측 인사들의 청와대 예방도 불발됐지만 폐막식에서까지 남북 인사들의 환담은 이어졌다.

폐막식에 참석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옆에는 김관진 안보실장이 앉았다. 또 김양건 대남비서 옆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배석했다.

남과 북은 이날 오전 티타임으로 2시간 30분, 오찬 회담으로 1시간 30분을 함께했으며,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에 앞서 정홍원 총리와 면담으로 20여 분간 함께했다. 특히 정 총리는 폐막식 이후에도 북측 인사들과 2차 면담을 가지고 작별인사를 하는 성의를 보였다.

또 2시간여 진행된 폐막식 내내 김양건 대남비서와 류 장관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시종일관 환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르면 이달 말 이뤄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기존의 남북관계에서 탈피해 장기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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