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초사 염갈량, 결국 터져버린 불펜 화약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투수 10명만 포함시키는 승부수
8회 이어 9회에도 등판 손승락, 결국 블론세이브
불안했던 넥센의 불펜이 결국 또 승리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넥센은 10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5차전에서 9회말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1-2 석패했다.
이로써 3승 2패가 된 삼성은 1경기만 더 가져올 경우 대망의 통합 4연패를 이루게 된다. 반면,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은 약점으로 지적된 불펜의 한계를 절감하며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27명의 엔트리 중 투수를 10명만 포함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선발진이 약한 넥센은 지난 LG와의 플레이오프서부터 소사-밴헤켄-오재영으로 이어지는 3선발 체제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머지 7명의 투수가 불펜서 대기하고 있으며 좌타자를 봉쇄할 좌투수 요원도 없는 것이 넥센 마운드의 현주소였다.
다소 극단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넥센은 선발 투수가 조기에 무너지게 된다면 후속 투수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소사가 2.2이닝 만에 강판된 지난 2차전이 좋은 예다.
또한 접전이 이어질 경우 얼마 되지 않는 필승조를 계속 소비해야한다는 치명적 약점까지 지니고 있다. 물론 원포인트 릴리프가 없기 때문에 1이닝 이상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불안요소는 이번 5차전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말았다. 넥센은 선발 소사가 6.1이닝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프로 2년차 조상우가 급격히 흔들리며 꼬이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고민에 휩싸였다. 한현희라는 카드가 있었지만 3차전에서 박한이에게 결승 역전 투런포를 허용한 터라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무사 만루의 불을 끄기 위해 마무리 조기 투입의 승부수를 던졌고 손승락이 2이닝을 책임지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겨냈다면 우리 팀이 한 단계 강해지는 계기가 됐을 텐데 아쉽다"면서 "오늘 소사와 손승락 등 투수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다해줬다. 마지막에 맞았지만 좋은 피칭이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 속에는 가용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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