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 깎아 달라는 처녀의 소원, 당집에 주렁주렁 매달려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입력 2014.11.15 10:07  수정 2014.11.15 10:12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남근석 기행>삼척 신남마을 해신당

남근을 테마로 한 이색공원이 삼척에 있다. 공원규모도 크지만 남성을 상징하는 남근 깎기 대회도 열어 상금까지 시상할 정도다. 공원은 바다를 굽어보는 비탈진 곳에 있는데, 연일 많은 관광객들이 버스를 대절해 찾아오고 있다. 성(性)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관광객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삼척시가 성과 관련 된 기발한 아이디어가 성공한 셈이다.

이런 기상천외한 공원이 탄생하게 된 동기는 어촌마을에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 때문이다. 옛날 공원아래 신남마을에는 결혼을 약속한 처녀(애랑)와 총각(덕배)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처녀는 총각이 노를 저어 데려다준 애바위에서 미역을 따다가 심한 파도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그 후 바다에서는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고, 고기잡이 나간 사람들도 해난사고를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하루는 마을노인의 꿈에 죽은 처녀가 나타나 마을신으로 모셔줄 것과 제물로 남근을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애랑처녀 초상화를 그려놓은 삼척 신남마을 해신당ⓒ최진연 기자

마을에서는 회의 끝에 처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애바위가 한눈에 조망되는 해안 절벽위에 당집을 짓고 해신당이란 이름를 붙였다. 당집 안에는 용모 단정한 여신의 화상을 그려놓았는데, 그림 좌우에는 제물로 진설하는 향나무로 깍은 남근 5~7개를 어물처럼 새끼줄로 엮어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오른쪽 유리상자속의 남근은 옛 부터 있던 것이며 왼쪽 실타래를 감아놓은 것은 최근의 것이다.

애랑처녀의 소원대로 제사를 지내자 사고가 없어지고 고기도 많이 잡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매년 마을에서 정월대보름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해안가 절벽위에 지은 해신당 전경ⓒ최진연 기자

우리나라 기층문화는 다양한 형태의 성 민속과 성 신앙을 가져왔다. 남여근석의 성석(性石)과 골맥이 당산의 여서낭, 남서낭들은 지역에 따라 색다른 신격을 나타낸다. 동해안 어촌의 경우 대부분의 마을에 서낭당이 있는데, 바닷가에는 주로 여서낭을 모시고 있으며, 산에는 남서낭이 있다. 여서낭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돕고, 남서낭은 마을전체를 수호하는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또한 여서낭이 남서낭보다 수가 더 많았는데, 여서낭의 당제는 대부분 정월에 지내고, 제물은 황소불알 또는 목제남근을 홀수로 바치는 마을이 많았다. 이는 남녀서낭이 음양의 화합을 통해 풍어와 해상안전 및 마을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데 있다. 즉 풍어, 풍년, 다산, 다복을 주는 것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해신당에서 본 애랑처녀 전설의 섬ⓒ최진연 기자

하지만 지금의 신남마을은 당제, 풍어제에 여신을 모시기보다는 남근목을 상품화시켜 경연대회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공원에 전시된 남근은 성문화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전달하기보다는 흥밋거리로 제공하고 있어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남근 경연대회에서 수상작을 매입해 야외 공원에 조성해놓고 남성 성기의 리얼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종족번성을 바랬던 우리선조들의 소원성취와는 멀게만 느껴진다. 이런 전시는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정서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삼척시는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성 민속공원에 동해안별신굿과 뱃고사 등 어업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어촌민속전시관, 그리고 세계 성 민속과 성 관련 품목들을 다양하게 진열하고, 섹스숍도 마련해놓고 있다.
눈살 찌푸리는 남근이 공원에 조성돼 있다ⓒ최진연 기자

해신당 주변은 절경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허공을 향해 가지를 펼친 노송, 해안에 드러누운 기암괴석의 갯바위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한 폭의 수묵화다. 바다위에 떠있는 애바위의 애랑처녀 동상과 덕배총각 동상도 한눈에 조망된다.

남근은 마을의 풍기순화는 물론 음난을 막고, 젊은 남녀의 순조로운 결합을 돕는 의미도 있다. 남근에게는 훼손, 욕설이나 방뇨 등 조심스런 언행으로 대해야 한다. 특히 득남이나 임신을 바라는 부녀자들에게는 중요한 기원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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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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