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6연승’ 전자랜드의 특별한 저력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12.01 10:25  수정 2014.12.01 10:30

갑작스런 성적 추락, 선수기용-전술 변화로 극복

감독-선수-팬들 한데 뭉친 끈끈한 정서도 원동력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전자랜드가 9연패 뒤 6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5할 승률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 인천 전자랜드

인천 전자랜드는 올 시즌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014-15 KCC 프로농구’ 초반 3승 1패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충격적인 9연패의 늪에 빠졌다. 유도훈 감독이 정식으로 부임한 이후 최다 연패 기록이었다. 전자랜드가 이대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득세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이후 거짓말 같은 6연승을 거두며 반전에 성공했다. 일정한 간격 없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장기 연패와 연승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중에는 지난 29일 선두 울산 모비스를 상대로 연장 접전(77-74) 끝에 거둔 승리도 있었다.

불과 3주 사이에 지옥과 천당 사이를 들락거린 셈이다. 9승 10패를 기록한 전자랜드는 단독 5위에 오르며 5할 승률 복귀에도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시즌 초반 전자랜드의 힘겨운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경쟁 팀들의 전력이 대부분 향상된 반면, 전자랜드는 눈에 띄는 보강이 없었다. 에이스이자 주장 리카르도 포웰의 득점력이 주춤하는 가운데 테렌스 레더와 주태수의 부진으로 약점이던 골밑이 더욱 약화됐다. 정영삼-정병국 등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도 기복이 있었다.

경기 외적으로 홈구장에서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각종 행사가 맞물려 원정경기를 자주 치러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유도훈 감독은 초조한 상황에서도 가급적 선수들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주눅 든 선수들을 격려하며 수비와 리바운드 등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선수들은 자진해서 삭발을 하는 등 팀을 위해 투혼을 바치는 모습을 보였다. 연패 기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 조직력이 살아났고, 포지션 구분 없이 모든 선수들이 악착같이 리바운드와 박스아웃에 가담하면서 장신 팀과의 제공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최근 유도훈 감독은 선수기용과 전술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높이가 약한 팀 사정상 빠른 템포의 공격을 자제하고 철저한 지공 위주의 바스켓을 통해 확률 높은 플레이를 시도했다.

정통센터나 포인트가드 없이 경기를 운영하는 변칙적인 미스 매치 라인업 전략으로 상대팀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주전들이 부진할 때 정효근, 김지완, 함준후 등 식스맨들을 과감히 기용해 재미를 봤다. 확실한 분업 화속에 외국인 선수 포웰(득점)-레더(수비와 리바운드)의 장점이 살아난 것도 다행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작전타임은 물론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팀 전력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라도 승리에 대한 열정과 헌신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 유도훈 감독의 지론이다.

이러한 유도훈 감독을 바라보는 전자랜드 팬들의 신뢰도 두텁다. 시즌 초반 연패 기간 정작 팀의 부진보다 전자랜드 팬들의 진짜 걱정거리는 자칫 유도훈 감독이 성적 부진에 혼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우승팀 감독이라도 이듬해 조금만 성적이 부진하면 온갖 욕을 먹기 십상인 프로의 세계에서 이례적이다. 그만큼 유도훈 감독에 대한 전자랜드 팬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항상 우승 전력과 거리가 먼 약체팀으로 꼽히던 전자랜드가 유도훈 감독 부임 이후 매년 꾸준히 플레이오프를 노리는 '언더독' 팀이 됐다. 여기엔 유도훈 감독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유도훈 감독은 9연패까지 치달으면서 자진 사퇴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만일 현실이 됐다면 전자랜드 팬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아찔한 상황이 올 뻔했다. 우승 후보도 아니고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도 없지만, 감독-선수-팬들이 한데 뭉쳐 특유의 끈끈한 정서만큼은 어느 팀 부럽지 않은 전자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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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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