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공개한 북 간첩 지령문 '야권연대' 지침까지...
“국회차원의 대북 사과촉구 결의안 추진할 것”
최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한 가운데 과거 북한이 대남 지령문을 통해 야권연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등 우리 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합진보당 통합과 야권연대에 대한 북한 지령문을 공개했다. 이 지령문은 북한이 왕재산 간첩단에 보내 온 것으로 왕재산 총책 김덕용이 지령문을 해독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해두었던 것을 수사당국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재산 사건이란 지난 2011년 북한 노동당 225국 지령을 받아 이른바 ‘왕재산’이란 지하혁명조직을 결성해 국내 정치동향과 군사정보 등을 보고하는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김모 씨 외 5명이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당시 관련자에 대해 간첩 행위 혐의는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왕재산이라는 단체 결성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하 의원은 “지난 20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대한민국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을 맹비난하면서 통합진보당을 자신들과 연관시키는 것은 괴뢰 보수패당의 비열한 맹동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과거 왕재산 등 간첩단 사건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순 개입의 정도가 아니라 통합진보당 통합과 2012년 야권연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까지 해 특별히 공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왕재산 사건의 1, 2심 재판부 모두가 이 지령문을 증거로 채택했고, 지난 5월 8일 있었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도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점을 근거로 지령문이 북한의 제작한 것을 확신했다.
하 의원이 공개한 지령문에 의하면 북한은 당시 민주노동당을 향해 통합진보당 통합과 관련 ‘진보신당은 사실상 독자생존이 어렵게 된 실정이므로 너무 많이 양보할 필요가 없다’며 ‘국민참여당은 비정규직법, 대북송금특검법의 제정시행 등 노무현 정부시절의 과오내용들에 대한 공개반성을 요구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연립정부구성이 아니라 국회의석을 양보 받아내는 것, 정책적 담보를 받아내는 것 등 연대방안들을 연구하자’라며 ‘당면한 4.27 보궐선거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진보 및 개혁세력의 총체적 선거연대를 실현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남한 내에서 일어날 종북시비를 우려해 ‘민노당과 진보연대 등은 북한과의 교류는 극력 자제하라’면서도 관련된 지적에 대해서는 ‘진보는 곧 반자주, 반북, 반통일어야 하는가라는 논리로 강력한 공세를 들이대라’고 지시했다.
하 의원은 통합진보당 통합과 야권연대의 과정이 북한이 보낸 지령문에 있는 각본대로 거의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보진영과 충돌하는 과거 참여정부 정책에 유감을 표명했고, 민주노동당 수임기관 회의에서 국민참여당의 성찰과 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 대표가 반성문을 썼고 그래서 국민참여당의 통합진보당 합류가 용납될 수 있었다는 것이 하 의원의 설명이다.
2012년 3월 야권연대 협상 당시 통합진보당은 당시 민주당에 소속 후보만 출마하는 전략지역 16곳의 양보를 받아냈다. 같은 기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가 정책연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국회의석의 양보를 받아내라’는 지령문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진보세력의 총체적 선거연대를 요구하는 지령문의 내용과 관련해 야당은 지난 2011년 4.27 보선에서 선거연대로 인해 국회의원 1명,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회의원 1명, 기초의회의원 1명을 당선시켰다고 하 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종북 활동 판결을 두고 이 대표 등이 주장하는 ‘개인의 일탈론’도 북한의 지령문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령문에는 ‘민주노동당 전체적으로 종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 시기에 있었다면 개별적인 사람들의 성향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통합진보당 통합과 야권연대에 대한 왕재산 지령문을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것은 그 과정에 북한이 개입했음을 헌재가 인정한 것”이라며 “국회차원의 대북 사과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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