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뒤가 더 끔찍한 ‘아스날 9번 저주’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1.06 10:16  수정 2015.01.06 10:30

등번호 9번 포돌스키, 인터밀란 임대 이적

슈케르부터 박주영까지 이적 후에도 부진

박주영은 아스날 9번 저주의 정점을 찍었다. ⓒ 게티이미지

루카스 포돌스키(30·독일)마저 ‘아스날의 9번 저주’를 깨지 못하고 팀을 떠나고 말았다.

인터밀란은 지난 3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포돌스키의 임대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시즌 반 동안 아스날에서의 생활이 실패로 귀결되는 순간이었다.

포돌스키는 독일 국가대표팀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이제 막 30줄에 접어든 나이지만 벌써 A매치 121경기를 소화, 역대 독일대표팀에서 출전횟수 3위에 올라있다. 또한 A매치 47골로 위르겐 클리스만, 루디 푈러와 함께 최다골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많은 기대를 안고 지난 2012년 여름 아스날에 입단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적 첫해 두 자리 수 득점(11골)으로 로빈 판 페르시의 공백을 잊게 만들었지만 이듬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급기야 올 시즌에는 백업멤버로 전락해 임대이적을 떠나게 됐다.

그러면서 ‘아스날 9번의 저주’ 역시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그동안 아스날에서 등번호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은 대체로 부진했거나 팀 적응에 실패해 초라한 퇴장을 맛보기 일쑤였다.

‘등번호 9번의 저주’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 프랑스 월드컵 골든슈의 주인공 다보르 슈케르(크로아티아)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거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기복 심한 경기력과 함께 22경기 8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을 받아들었고, 이듬해 웨스트햄으로 이적했다.

유니폼 9번의 다음 주자는 당시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히던 프란시스 제퍼스(셰필드 웬즈데이)였다. 아스날이 20살의 어린 유망주를 에버튼으로부터 빼오는데 들인 금액은 900만 파운드(약 157억원)로 당시로서는 상당한 거액이었다. 하지만 제퍼스는 3시즌 간 23경기에 출전해 8골만을 기록하고 친정팀으로 돌아갔다.

2004-05시즌에는 스페인 출신의 신성 호세 레예스가 9번을 물려받았다. 레예스는 두 시즌 동안 77경기에 나와 18골-25어시스트를 올리며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수시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훌리오 밥티스타와의 맞트레이드로 소원을 이뤘다.

밥티스타는 아스날에 2006-07시즌만 몸담았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호흡에서 심각한 문제를 나타냈다. 결국 선발 출전(17경기)보다 교체 출전(18경기)이 더 많았고, 기록상 10골-4도움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 역시 이적을 원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브라질 출신의 크로아티아 대표팀 공격수 에두아르두가 저주를 이어받았다. 에두아르두는 입단 첫해 19경기에 선발로 나와 8골-6도움을 기록하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버밍엄과의 경기 도중 상대 태클에 의해 발목이 부러지는 불운을 맛보더니 세 시즌 간 15골-11도움만을 올린 채 우크라이나 샤흐타르로 떠났다.

아스날 9번 저주. ⓒ 데일리안 스포츠

‘아스날 9번의 저주’ 정점은 박주영이 찍었다. 앞서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은 그나마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던 선수들이다. 가장 활약이 미미했던 제퍼스조차 이적 첫해 리그 4경기(교체)에 출전해 2골을 뽑은 바 있다.

그러나 박주영은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가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나선 공식경기는 고작 7경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대 신분으로 셀타 비고와 왓포드를 전전했고, 지난해 월드컵 직전 팀에서 방출되고 말았다. 또한 임대를 떠난 사이 영입된 포돌스키에게 자신의 등번호(9번)를 내주는 굴욕까지 맛봤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9번의 저주’에 시달린 선수들 대부분이 아스날을 떠난 뒤에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보르 슈케르는 아스날에서 웨스트햄으로 건너갔지만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고, TSV 1860 뮌헨에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제퍼스 역시 아스날에서 친정팀 에버턴으로 임대됐지만 골 감각을 되살리지 못했고,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현재 호주리그 뉴캐슬 제트에 몸담고 있다.

그나마 호세 레예스가 기량을 펼치고 있지만 아스날을 떠난 뒤 6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벤피카→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세비야 등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훌리우 밥티스타는 아스날-레알 마드리드-AS 로마-말라가를 거쳐 고향인 브라질로 돌아갔고, 에드아르두도 샤흐타르에서 교체 멤버로 전전하다 브라질 플라멩구로 이적했다.

아스날에서 방출된 박주영은 중동의 알샤밥으로 이적했지만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뒤 계속 침묵 중이며 부진한 경기력은 아시안컵 대표팀 탈락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인터밀란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포돌스키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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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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