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97.3%’ 랜디 존슨, 역대 최고 좌완?
2015 명예의 전당 투표서 역대 좌완 최고 득표율
탈삼진 2위 기록이 말해주듯 압도적인 임팩트
도전 첫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랜디 존슨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좌완 반열에 올라섰다.
MLB 사무국은 7일(한국시각),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를 통해 선출된 4명의 명예의 전당 입회자 명단을 발표했다.
투표 결과 75% 이상 득표한 이는 랜디 존슨과 페드로 마르티네즈, 존 스몰츠, 그리고 3수 만에 입성한 크렉 비지오로 발표됐다. 특히 한 번에 4명의 입회자가 탄생하기는 1955년(조 디마지오, 개비 하트넷, 테드 라이언스, 데이지 밴스) 이후 60년 만이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 가장 큰 관심은 존슨의 입성 여부가 아닌 득표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로 모아졌다.
존슨은 유효표 549표 가운데 무려 534표를 획득, 97.3%의 높은 득표율로 여유 있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는 역대 8위이자 투수로는 3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치다. 게다가 존슨은 1994년 스티브 칼튼(95.82%)을 제치고 좌완 투수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존슨의 득표율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명예의 전당 입성 규정을 살펴보면 잘 나타난다. 먼저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메이저리그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춰야 하며 은퇴 후 5년 뒤에야 자격이 주어진다. 곧바로 후보에 올리지 않는 이유는 기자들의 주관적 요소가 배제할 수 있으며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명예의 전당 후보자들은 BBWAA 투표에서 75%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또한 후보 자격은 15년간 유지되지만, 단 한 번이라도 5% 미만의 지지를 받게 되면 곧바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올해 이름을 올리자마자 후보 자격이 박탈된 카를로스 델가도, 트로이 퍼시벌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존슨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배한 투수들 중 가장 위대한 투수였음이 증명됐다. 사이영상 최다 수상자(7회)인 로저 클레멘스는 약물로 명예가 실추된 상황이며, 현역 시절 항상 비교 선상에 올랐던 그렉 매덕스는 존슨보다 0.1% 모자란 득표율을 보였다.
존슨이 투표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탈삼진에서 드러나는 강력한 스터프와 좌완 투수라는 이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난 1985년 몬트리올(현 워싱턴)로부터 2라운드(전체 36순위)에 지명된 존슨은 데뷔 초반 그저 볼만 빠른 투수로 인식됐다. 하지만 1990년 시애틀로 트레이드된 뒤 기량을 만개한 존슨은 나이 서른 줄에 접어들자 제구력이 잡혔고, 튼튼한 내구성과 함께 가장 완벽한 투수로 거듭났다.
그의 전성기는 2000년대 초반 애리조나 시절이었다.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독식한 존슨은 2001년 우승과 함께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고, 2004년에는 역사상 17번째이자 최고령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바 있다.
존슨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 바로 삼진이다. 탈삼진의 대명사로 불렸던 존슨은 최전성기였던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연속 300탈삼진의 대기록을 세웠고, 누적된 그의 삼진 개수(4875개)는 놀란 라이언(5714개)에 이은 역대 2위에 랭크됐다.
무엇보다 존슨은 삼진과 관련, 대부분의 기록에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산 9이닝당 탈삼진(10.6개)은 역대 1위이며, 2001년 기록한 372탈삼진은 데드볼 시대를 제외하면 한 시즌 최다 탈삼진 3위에 해당한다.
또 하나 존슨의 현역 시절 성격을 감안하면 이번 득표율이 더욱 놀랍다. 평소 내성적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존슨은 말 그대로 ‘쌀쌀 맞은 선수’의 대명사였다. 특히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뒤 뉴욕 특유의 극성스러운 기자들과 마찰을 벌인 일이 유명하다.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인해 기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가 없었던 존슨은 2004년 가장 위력적인 투수였음에도 사이영상 투표에서 로저 클레멘스에 밀려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존슨은 이번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며 역대 최고의 좌완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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