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8577 도래?' 롯데, 새해 최우선 과제는
주축 상당수 팀 떠난 가운데 선수단 분위기 쇄신 필요
장기적으로 '롯데 색깔' 잡기 위한 비전 제시해야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 22년 동안 정상에 서지 못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 기간 무관 기록이다. 프로 원년부터 무려 33년간 단 한 번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불명예 기록도 안고 있다.
지난 2014년은 최악의 해였다. 시즌 개막 전까지 우승후보로 거론되다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한 것도 뼈아팠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시즌 종료 후 불거졌다.
선수단과 프런트 간의 해묵은 갈등이 공개적으로 도마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CCTV 사찰 파문까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최고 수장들이 줄줄이 불명예 하차하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한바탕 칼바람이 불고 지나갔지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5년 롯데는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도 어려운 전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23년 연속 무관이 유력한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이렇다 할 전력보강도 없는 가운데 장원준·쉐인 유먼·김사율·박기혁·용덕한 등 상당수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부산 팬들조차 다음 시즌 롯데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롯데가 '8888577'로 대표되는 2000년대 초반 암흑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야구인기 중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롯데의 침체는 프로야구 관중 동원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미 롯데의 성적이 하락기 시작한 재작년부터 사직구장의 관중 감소는 두드러졌다.
실망한 팬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는 길은 결국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결과물에 달렸다. 냉정히 말해 지금의 롯데는 당장 우승이나 4강권을 노릴 수 있을만한 전력은 아니다.
롯데 야구의 중흥기로 꼽히던 2000년대 중반 제리 로이스터 감독시절, 롯데가 1.2위를 다투는 성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승패를 떠나 고유의 색깔과 열정을 바탕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야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곧 또 다른 잠재력이 될 수도 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공백은 크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종운 신임감독도 "뚜껑은 열어봐야한다. 지금 시점에서 예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팀 내분과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흔들리던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시급 과제다. 더 나아가 다음 한 시즌만이 아니라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롯데 야구만의 색깔을 다시 잡아나가기 위한 비전이 중요하다.
등 돌린 팬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되는 롯데의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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