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3·레버쿠젠)이 침묵을 깨고 우즈벡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한국축구의 아시안컵 4강 진출을 주도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각) 오후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킥오프한 우즈벡과의 ‘2015 아시안컵’ 8강전에서 손흥민이 연장 전후반 각각 1골씩 넣는 활약 속에 2-0 완승했다.
이로써 4강에 선착한 대표팀은 오는 26일 이란-이라크전 승자와 결승 티켓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열릴 듯 열리지 않는 우즈벡 골문은 결국 손흥민이 열어젖혔다. 개막 전 외신들로부터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손흥민은 정작 대회에 들어서는 가진 기량을 한껏 펼쳐 보이지 못했다.
움직임이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고 감기로 컨디션까지 저하돼 결장하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 슈틸리케호는 3경기 모두 1-0 승리에 그치며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었다.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절대 놀러온 것 아니다. 우승컵을 들기 위해 왔다”고 공언한 손흥민은 마침내 해결사로 등극했다.
연장에 돌입하며 4강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던 연장 전반 12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연장 초반에도 몇 차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삼켰던 손흥민은 골문을 가른 순간 그라운드를 주먹으로 치며 포효했다.
1-0 리드를 안긴 손흥민은 후반 14분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역습 상황에서 폭발적인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돌파한 뒤 박스 중앙에 있는 손흥민에게 완벽한 찬스를 제공했다.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침착한 회심의 슈팅으로 우즈벡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날 풀타임 활약한 손흥민은 골은 물론 날카로운 스루 패스로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었고, 골에 가까운 슈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예리한 프리킥 능력도 여전했다.
사실 슈틸리케호는 조별리그 과정에서 이청용과 구자철이라는 핵심 공격자원을 부상으로 잃고 파괴력이 점차 떨어졌다. GK 김진현 선방에 힘입어 무실점 신승으로 승점을 쌓았지만 부동의 측면 날개와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이탈로 2선의 무게는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정협(24·상주)을 원톱으로 하고 손흥민과 이근호(30·엘 자이시)를 좌우 날개로 세웠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남태희(24·레퀴야)가 섰다. 이청용(27·볼턴)과 구자철이 빠진 상황에서 짤 수 있는 가장 좋은 멤버였지만 호주전 만큼 위협적이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근호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렸지만 날카로움이 덜했다. 한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거나 전방에서 볼을 빼앗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남태희 역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볼 터치와 연계 플레이가 썩 좋지 못했고, 후반 38분 기성용의 결정적인 땅볼 크로스에 발을 대지 못하며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손흥민의 ‘득점 본능’은 대표팀에 4강 티켓을 선사하며 둘의 공백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그만큼 손흥민의 연장 활약은 화려하고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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