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거두려 했던 문희상, 말년에 '삐그덕'
전당대회 둘러싼 계파갈등 퇴임 후에도 계파 편중성 비판 면하기 어려울 듯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2.8 전국대의원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룰 변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퇴임을 앞두고 유종의 미를 보여야 할 문희상 비대위원장으로써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지난 2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시행세칙’의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 ‘지지후보 없음’을 제외하고 100% 환산하는 방식을 다수 의견으로 결정했다. 이는 시행세칙을 둘러싸고 문재인·박지원 당대표 후보가 엇갈린 해석을 내놓은 데 따른 조치였다.
앞서 문 후보는 ‘득표율’이 ‘유효득표율’을 의미하므로 ‘지지후보 없음’ 응답을 제외한 득표율 합계를 100%로 놓고 후보별 득표율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박 후보는 ‘지지후보 없음’도 유권자의 선택이므로 이를 포함한 여론조사에서 각 후보가 얻은 득표율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준위의 결정은 박 후보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문 후보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데다, ‘지지후보 없음’ 응답을 제외하고 득표율을 다시 계산하면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국민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당장 박 후보는 비대위와 전준위의 계파 편중성을 문제로 지적하고 나섰다.
박 후보는 지난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친노들이 많지 않느냐. 그리고 그 위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전준위 내에서도) 4~5명의 의원들이 ‘이건 안 된다’, ‘여기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서 퇴장도 했다”며 전준위의 결정에 친노계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곤 전준위원장은 4일 ‘당원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근본적으로 처음부터 시행세칙을 잘 살피지 못한 우리 전준위의 책임도 분명있으나, 우리 전준위는 어느 한 편에 치우친 결정을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문 후보와 이목희 최고위원 후보, 박 후보와 주승용 최고위원 후보로 진영이 갈리면서 전당대회 룰 논란이 계파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지난달 28일에도 있었다. 당 정치혁신실천위원회와 전준위가 국회의원 총선거 시 국민참여경선의 국민 비율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고, 당원 비율을 기존 50% 이상에서 40% 이하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박 후보가 ‘임시 지도부의 권한남용’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
당시 박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전준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당대회의 차질 없는 수행이다. 전준위는 철저한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운영에 미숙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남의 흉내를 내려다 자기 본래의 것까지 잃어버린다’는 뜻의 한단지보(邯鄲之步)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인영 당대표 후보는 “나는 평소에 당대 지도부가 자기 책임 하에서 치르는 선거의 공천 룰과 관련해서는 정하지 않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기본적인 원칙, 큰 골격, 이런 것들을 지금 지도부가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다”면서 박 후보와 이견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이다. 혹여 문 후보가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모든 비판의 화살은 문 위원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경력과 문 후보와 친분 때문에 문 위원장은 처음부터 박 후보를 비롯한 비주류 후보들로부터 친노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실 시행세칙은 3개 규정이 상충돼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국민참여경선 비율 확대는 새정치연합이 일찍부터 주장해온 오픈프라이머리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둘러싼 극도로 예민한 시기에 하필이면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각종 오해만 양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전당대회가 끝난 뒤 문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실제 계파 편중성 여부와 상관없이 문 후보와 친노계에 유리한 경선 룰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비경선 탈락 후 목소리를 죽여왔던 박주선·조경태 후보 등도 문 위원장 비판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비대위원장 임기를 나흘 남겨둔 문 위원장은 현재 조용히 퇴임을 준비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5일 고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5개월여간 비대위원장으로서 느꼈던 소회를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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