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차’ 재연...여대생 신분으로 산 임산부 선처
임신 4개월에 극심한 우울증...딱한 사정 참작
평소 삶을 비관하던 임산부 여성 A 씨는 길에서 주운 여대생 신분증으로 ‘인생리셋(다시 시작)’을 꿈꾸며 여대생 행세를 해오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딱한 사정이 참작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5일 A 씨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타인의 신분증으로 금융권 대출에 각 증명서를 발급받은 혐의로 이 같이 형을 내렸다고 밝히며, A 씨의 딱한 사정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 19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새 삶을 찾기 위해 결혼도 했지만 임신 중에 이혼했다. 우울증이 깊어진 A 씨는 개명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길에서 주워 보관해 놓은 여대생 이모 씨(26)의 신분증이 스쳤고, 곧바로 이 씨의 학생증으로 운전면허를 발급받았다.
운전면허를 시작으로 통장과 증권계좌를 개설, 휴대전화 개통, 여권발급, SNS와 이메일을 뒤지는 등 이 씨의 이름으로 A 씨 자신을 새로운 이 씨로 채워나갔다.
그렇게 이 씨로 살아가던 A 씨는 제2금융권에서 600만원을 대출받았고, 이 대출 고지서가 실제 이 씨의 집으로 날아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 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 A 씨는 붙잡혔다.
조사결과 A 씨는 임신 4개월에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 씨 행세를 하며 경제적 피해를 줬던 부분을 모두 보상하고 이 씨와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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