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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 15주년 그들의 기념은 바뀌어야한다


입력 2015.06.15 11:18 수정 2015.06.15 17:20        데스크 (desk@dailian.co.kr)

<기고>퍼주기 조약은 더이상 통일의 초석이 될 수 없어

지난 2014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정원장과 국방부장관은 북한 정권에 대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경계를 하되 대통령과 외교부장관은 끊임없이 북한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이른바 햇볕정책은 시도해 볼 만한 대북정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대북정책이었지, 통일정책이 아니었다. 방법과 대상이 틀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독의 통일정책이었던 하나를 주는 대신 하나를 받는, ‘철책선 앞 여단 하나를 철수시킨다’든지 '남북한 주민 간 자유로운 서신교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등의 상호 주고 받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DJ정부의 무조건적 지원 결과, 고난의 행진(1994~2000년초반) 직후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던 북한 정권이 산소 호흡기를 달았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2015년 현재, 여전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을 지켜만 봐야 하고 ‘머리 위에는 핵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앞바다에서 해군장병들이 북한군의 갑작스런 도발 앞에서 "NLL 수호“의 일념으로 투혼 끝에 전사 했다. 그러나 전국민이 분단위의 ‘평화’라는 허상에 홀려있었던 탓에, 그 때의 우리는 도둑 장례 치르듯 용사들을 쓸쓸하게 보내야 했다.

6.15 공동선언은 그런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합의한 합의문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안을 제1, 2안으로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이 안들을 1876년의 조일통상조약을 해석하듯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우리민족끼리’란 “미국은 빠져!”를 뜻한다. 저 합의안을 따르려면 이승만 대통령이 사상 유례없는 외교력과 통찰력으로 얻어 낸 한미동맹부터 철회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며, 한미연합사 역시 해체된다.

우리가 걸핏하면 무력 도발을 일삼는 주적 정권이 머리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비 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은 좋든 싫든 미국 덕택이다. 자주국방은 매우 긍정적인 용어인 듯하나, 실상을 알고 보면 현실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실현이 어려우며 외교․안보 약소국인 국가가 미국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다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외교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현재,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또한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통일은 미국의 교통정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독도 미국과의 안보의리를 쌓았고 동․서독 통일 시 미국이 주변국가의 불만을 상쇄시켜주었다. 좋든 싫든 미국은 자유민주국가들의 경찰국가라는 얘기다. 만약에라도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남‧북한 정권의 최고 권력들이 서로 ‘형님, 아우님’ 하던 시절에도 그 무슨 발작하듯 무력도발을 일삼던 북한정권이 참 잘도 무력위협을 중단하겠다.

두 번째 합의안은 더욱 기가 막히다. 구 통합진보당의 구호였던 연방제통일안은 한 마디로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남한정부가 공산화 되는 길이다. 민주주의국가의 특성 상 우리는 다수정당을 갖고 있고 북한은 노동당 단일정당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고도 필요 없이 선거 결과 연방국가의 장은 노동당에서 나오게 된다.

이러한 명암을 갖고 있는 6.15 공동선언이 채택 된지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보다는 북한정권을 따르는 남한 내 종북 세력, 해외 거주 종북들은 6,15 15주면 맏이로 4월 초순 무렵부터 분주했다. 북한도 오늘 6월 14일, 이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사진 전람회를 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종북콘서트로 사회적 논란을 빚고는 본인의 고국인 미국으로 추방당한'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 씨는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이하여 이상한 일을 벌인다. 6월 16일 도쿄를 시작으로 요코하마와 고베 나고야 등 7일간 일본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재일동포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선포했다. 한편 일본에서의 종북콘서트를 기획한 이는 6.15일본지역위원회 의장(손형근)이다. 유감스럽게도 반국가단체로 판명 나 한국에 들어오고 있지 못하는 한통련에서도 한자리 하고 계신 분이다.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평양에서 조선노동당이 파견한 안내원과 수행원의 극진한 접대를 받으며 김일성 생가, 북한 내 유흥시설, 남파공작원들의 무덤을 유랑한 검은머리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오마이 뉴스에 연재한 것을 한 데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성격은 신은미 아줌마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 북한을 그리며 “아, 나의 조국이여!”하고 단말마의 비명과도 같은 탄성을 내지르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 정권하에 고통 받고 있는 인민들의 참상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없으며 남한 정권이 지원해주지 않아 가난한 ‘우리 민족 북한’, 미국 때문에 분단되어 있는 현실(당신의 국적은 왜 미국인가요?), 한국에서 자랄 때 교육받던 공산교육과 다르게 너무나도 착한 북한 주민들, 남한 뉴스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는 북한의 우월한 패션 감각에 대한 칭찬 등 일관되게 북한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서술을 보여준다.

이런 해외 거주 종북의 심각한 문제는 ‘고국’인 미국에서 북한의 체제서전에 기여함으로써 하루하루가 시급한 북한민주화를 더뎌지게 한다는 데에 있다. 이들을 단순히 Useful Idiots(유용한 바보들)로 바라봐야 할까? 필자는 이들을 Useful Devils(유용한 악마들)로 불러야 한다고 본다.

6.15공동선언은 남북한 정권이 ‘대화’로 통일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 내용에는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제1, 2안이 실현되었을 때의 문제성이 심각하다. 조약으로 말하자면 불평등 조약인 것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에는 여전히 6.15공동선언이 마치 통일의 대업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서술되어 있고 교사들도 그렇게 가르친다.

통일지상주의는 위험하다. 한민족이 함께 사는 것이 그렇게나 중요하다면 공산주의로 통일이 되던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통일의 대업을 달성해야 한다. 자유는 인류가 견지해야 할 제1의 원칙이다. 그리고 그 대업의 핵심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해방이자 북한 정치체제의 민주화다. 우리는 아주 거대하나 조그마한 구멍만 내면 금방이라도 무너지는 '둑‘과 같은 적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통일은 우리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지키고 일구어낸 역사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시작 된다.

글/여명 한국대학생포럼6기회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4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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