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농연 농성장 방문한 김무성…왜?
한농연, 한중 FTA 무역이득공유제 도입·농어촌 선거구 사수 등 요구 전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농성 중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을 찾아 요구사항을 전달 받는 등 대화를 주고 받았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중 FTA 대책수립과 농어촌지역 지키기'를 외치며 천막농성 중인 한농연을 찾아 김진필 한농연 회장 및 임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신의진 대변인이 함께 했다.
김 대표 일행을 맞이한 김 회장은 지난 8월 한중 FTA를 단독 상정한 새누리당에 유감을 표하며 "정말 현장에 실익이 되고 농업인을 위하는 실질적인 FTA 대책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뜻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거구 재획정 문제와 관련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선거구 획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라며 "새누리당 차원에서 그런 부분을 심사숙고해서 의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농업이 등을 돌리면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FTA 대책을 실효성있게 세워주고 농어촌 선거구가 축소되지 않도록 각별한 배려를 해 통 큰 행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FTA 관련 문제는 여야정 협의체가 만들어지니까 그 부분을 홍 사무부총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의할 것"이라며 "선거구 획정 문제는 우리 당도 농촌 지역을 크게 줄이지 않고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의 생각이 우리와 같으니 야당에 그렇게 요구해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준봉 전 한농연 회장은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 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농업 단체와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특위가 소통의 장이 돼서 어려운 문제를 건의하는 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국회 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있는데 또 다른 특위를 만드는 건 생각해봐야한다. 해당 상임위원들 중 중진이 없어서 일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몰라도 홍 사무부총장이 있으니까 상임위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가 농업 분야에 워낙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까 필요하다면 특위를 만드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또 농어촌 선거구수 유지를 재차 요구하는 한농연에 "헌법재판소 판결을 뒤집는 생각은 아무도 못한다. 단 선거구 조정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야당과 달리 우리 당은 비례대표를 줄이면서 지역구를 늘리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거듭 '통 큰 정치'를 요구하는 한농연에 대해서는 "정해진 법에 따르는 것엔 통 큰 정치가 안 통하는데 뭘 자꾸 똑같은 말을 하나"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농연은 Δ한중 FTA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Δ농어촌 선거구 사수 Δ농업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등의 내용이 담긴 '한농연 8대 요구사항'이 담긴 문서를 김 대표에게 전달하며 만남을 종료했다.
이들의 만남은 다소 딱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화 중간중간 양 측간 웃음이 흘러나오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농연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던 초반에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으나 양 측이 서로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한편, 당초 김 대표의 일정에는 한농연 회동이 계획돼 있지 않았으나 만남 2시간 전 급하게 공지가 돼 관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오픈 프라이머리와 대권 등 친박근혜계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현장행보에 더 힘을 쏟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한농연 측에서 오늘 김 대표에게 방문 요청이 있었다. 소식을 접한 김 대표가 한농연의 제안에 응한 것"이라며 다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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