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두산’ 불운마저 극복한 역전 쇼타임
6회까지 2-9 끌려갔지만 경기 막판 끝내 역전
역스윕 아픔까지 치유하며 NC와 플레이오프
뚝심으로 대표되는 두산의 팀 컬러가 희대의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두산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경기 막판 타선이 대폭발하며 11-9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를 4차전서 끝낸 두산은 3일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낸 뒤 오는 18일 정규시즌 2위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펼친다. 반면, 넥센은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가는 듯 했지만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경기 중반까지는 완벽한 넥센의 분위기였다. 그동안 기대에 못 미쳤던 타선은 활화산처럼 타올랐고, 무엇보다 수비 시에는 위기 때마다 운이 따르며 두산을 스스로 지치게 만들었다.
이날 넥센은 13개의 안타와 5볼넷을 얻어내며 9점을 얻어냈다. 득점의 과정은 그야말로 교과서 그대로였다. 테이블세터진이 밥상을 차렸고, 박병호를 앞세운 중심타선이 타점을 쓸어 담았다. 여기에 하위 타선에서는 박동원이 소위 ‘미친 선수’로 활약하며 4타점을 올렸다.
예고된 타선 폭발이었다. 넥센의 3~5번은 지난 2차전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3차전에서 10타수 4안타 3득점을 합작했다. 그리고 이번 4차전에서도 12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으로 공격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에 홈런맛을 본 박병호는 덤이었다.
반면, 두산은 중반까지 야구의 신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찬스 때마다 잘 맞은 타구는 넥센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고 병살타가 4개나 나오며 자멸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7회와 8회, 각각 2점, 1점씩 쫓아간 두산은 운명의 9회초에 대거 6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7점차 뒤집기 쇼는 역대 KBO리그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 차 역전승이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4안타를 몰아친 김재호와 허경민, 그리고 3안타씩을 챙긴 양의지, 최주환 등 상하위 타선에 배치된 첨병들이었다. 김현수 역시 경기 내내 부진하다 이날 첫 안타를 3타점 적시타로 만들어내며 포효했다.
만약 이번 4차전을 패했더라면 두산 입장에서는 5차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두산을 망령처럼 괴롭히는 역스윕의 아픔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서 SK를 상대로 먼저 두 경기를 잡았지만 내리 4경기를 내주며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이전까지 2연승한 팀의 우승 확률은 100%. 하지만 첫 번째 희생양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역스윕의 기억도 생생하다. 다시 SK와 플레이오프서 만난 두산은 2승 후 3패로 가을잔치를 마감했다. 특히 김현수가 시리즈 내내 부진하다 5차전서 홈런맛을 봤지만, 하필이면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됐고 이튿날 거짓말 같은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두산은 스스로 징크스를 파괴하는 모습이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두산은 탈락 위기에 몰렸다. 상대는 이번과 똑같은 넥센이었다. 하지만 3~4차전 승리를 따내며 기사회생했고, 5차전에서는 9회말 박병호로부터 동점 3점 홈런을 맞으며 패색이 짙었지만 연장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드라마 같은 역전쇼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