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라" 고성에...박영선 은수미 퇴장에...
<현장>새정치, 국정교과서 중단 촉구 피켓 붙이고 침묵 시위...의장 "중단해달라"
“국회 망신시키지 말고 예의좀 지켜. 그냥 나가서 하든가!”
“예의라니 국민에게부터 예의를 지키셔야죠!”
새정치민주연합이 27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피켓 시위를 단행했다. 여당은 물론 국회의장이 나서 ‘행정부에 대한 예의’를 이유로 야당의 시위 중단을 요구했으나 야당이 시위를 이어가면서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시정연설은 예정된 시각보다 10여분 이상 지연됐다.
이날 예정된 시각보다 약 5분 일찍 입장한 새정치연합은 ‘민생 우선’, ‘국정교과서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A4용지를 의원석 모니터 뒤에 붙이고 침묵 시위에 돌입했다.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거쳐 일단 시정연설에는 참석하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발 입장을 대통령에게 전달키로 한 것이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에 앞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에게 피켓 시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 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충청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회의 품격을 생각해달라. 대통령이 연설할 때 이렇게 하는 것은 행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우리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요구하듯, 우리도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해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야당) 여러분들이 의장의 말을 이렇게 무시하면 곧 국회를 무시하는것과 다를 바 없다”며 “시정연설이 끝난 후에 로텐더 홀에서 여러분이 갖고온 것을 가지고 얼마든지 언론에 여러분의 뜻을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의장에 요청에도 야당이 뜻을 굽히지 않자, 여당 의석 측에선 “의장 말 안들을거면 여기 왜 들어왔느냐”, “나가서 하라. 뭐하는 짓이냐”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특히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이종걸 원내대표 도대체 어디갔나. 의장말 좀 들으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다른 여당 의원들은 “그것좀 치우라. 아니면 차라리 나가라”며 단체로 성토했다.
여당의 비난이 계속되자 은수미·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여당부터 국민에게 예의좀 지키라”고 맞섰지만, 그 외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입을 굳게 닫은 채 모니터를 응시하며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와 이 원내대표 의석을 중심으로 문희상·박병석·김성곤 의원 등 중진들과 최고위원들, 최재천·이윤석·이춘석·박수현 의원 등 당직자들이 모여 긴급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의사진행발언 또는 정회 후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당초 계획대로 정회 없이 시위를 진행키로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 중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며 수차례 야당 의원석을 향해 강한 어조로 일관하는 등 국정교과서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자,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은수미 의원 등은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날 약 40여분 간 이어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가운데 정렬한 채로 박수를 치며 박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등 환송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떠났다. 다만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퇴장하기 전까지 기립한 채로 자리를 지켰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결의대회’와 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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