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스포츠로서 엄청난 부와 인기를 누리는 프로야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일부 행보 때문이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사상 최초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초대 대회 4강, 2회 준우승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던 한국야구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오히려 대중의 시선은 더 싸늘했다. 라이벌 일본을 비롯해 야구 강호들이 대부분 2진을 내보냈고 수준차가 컸던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혜택을 의식해 노골적으로 미필자로만 꾸린 라인업을 두고 말이 많았다.
아시안게임과 태극마크가 일부 야구 선수들의 공짜 병역혜택을 위한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리미어 12에서 공식 개막전이었던 한일전 완패는 야구팬들에게 또 큰 실망감을 안겼다. 한국은 비록 최정예 멤버는 아니었지만 역시 자국리그 중심에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힘 한번 못쓰고 완패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일본과 여전히 베테랑에 의존하는 한국야구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대로라면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야구는 들러리를 면치 못할 수 있다. 심지어 일본 등 해외언론에서도 한국야구대표팀의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한국야구는 2009년 WBC에서 일본에 콜드게임 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그해 결승까지 진출했다. 항상 위기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해왔던 것이 바로 한국야구의 저력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의 목표의식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프리미어 12는 한국야구 경쟁력의 현 주소와 문제점을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한다.
당장 실력으로 뒤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것이 더 부끄럽다. 국민들이 바라는 야구대표팀에 기대하는 것은 우승이나 4강같은 호성적은 아니더라도,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한일전 패배로 위축되었을 대표팀에도 지금은 질타보다는 격려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별다른 활약을 못 보여준 선수도 있고, 실수와 부진으로 실망감을 안긴 선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부담을 감수하고 태극마크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나선 용감한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이대호같은 베테랑은 손바닥 부상에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몸을 사리기는커녕 국가의 부름에 또 기꺼이 응했다. 수장 김인식 감독은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아직 대표팀에는 이처럼 사명감과 희생정신에 불타는 훌륭한 야구인들이 있다. 당장 기대에 못 미친다고 눈앞의 결과에만 지나치게 일비일희하지 않고 대표팀을 믿고 응원하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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