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한 최홍만, 답 안 나오는 주먹 공포증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2.27 14:33  수정 2015.12.27 14:59

로드FC 027 중국 10대 파이터에 기권승

무기력해진 피지컬, 심리적으로도 문제점 드러나

최홍만은 파이터답지 않게 상대 주먹을 너무 두려워한다. ⓒ 로드FC

많은 기대를 모았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5)의 로드FC 두 번째 무대가 승리로 결말났다.

최홍만은 26일 중국 상하이 동방체육관서 열린 ‘로드 FC 027 IN CHINA’ 무차별급 토너먼트 10대 파이터 루오췐차오(19·중국)와의 8강에서 로드 FC 첫 승을 따냈다.

하지만 자랑거리 하나 없는 머쓱한 승리였다. 최홍만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루오췐차오에게 펀치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눈을 감고 마구 휘두르는 상대 주먹에 당황한 최홍만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안면에 정타가 몇 차례 꽂히며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 보였다. 지난 카를로스 토요타(44·브라질)와의 경기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최홍만은 쓰러지지 않았고, 이내 상대를 붙잡았다. 이후 루오췐차오 코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주심인 허브 딘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허브 딘은 루오췐차오에게 경기 재개 의사를 물었지만 대답은 뜻밖에도 거절이었다. 최홍만 역시 엉겁결에 얻은 승리에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토너먼트 4강에 오른 최홍만은 이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4강에 오른 선수들은 마이티 모를 비롯해 ‘전직 야쿠자’ 김재훈을 꺾은 아오르꺼러, 명현만 등이다. 현재 기량으로 최홍만이 만만하게 볼 상대는 단 1명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파이터답지 않게 주먹을 무서워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성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당시에는 압도적인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는 자신의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오히려 상대가 최홍만의 ‘핵꿀밤’ ‘오지마 킥’ 등을 더 두려워할 정도였다.

한때 K-1 무대를 호령했던 최홍만은 프라이드 등을 거친 뒤 상당히 긴 공백기를 가졌다. 이 사이 그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살이 몰라보게 빠지자 근육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파워뿐만 아니라 스피드도 전혀 없는 모습이다.

그동안 최홍만은 로드FC를 통해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음을 전해왔다. 물론 최근에는 사기 혐의로 인해 훈련에 매진할 수 없는 악조건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 경기에 나선 그는 한 눈에 봐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기량,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상대의 펀치가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홍만이 4강에서 만날 상대들은 이번 대회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경기 초반 강력한 펀치로 KO승을 따냈다. 얼마 남지 않은 준비 기간, 뼈를 깎지 않는 훈련이 없고서는 처절한 패배를 넘어 파이터로서의 자격까지 잃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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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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