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대호, 류현진, 강정호 등에 이어 올 시즌에는 박병호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해외파 반열에 올랐다.
박병호는 설명이 필요 없는 현재 국내 최고의 거포다. 4년 연속 KBO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고 최근 2년 연속으로는 50홈런 이상을 날렸다. 김현수 역시 타격기계로 불리는 중장거리형 교타자로 KBO 통산 타율이 0.318에 이른다.
능력 있는 슈퍼스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더 넓은 무대를 찾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흥행성과 실력을 겸비한 스타들의 잦아진 유출은 KBO로서는 그 빈자리를 메워야한다는 새로운 숙제도 남겼다.
박병호가 떠난 넥센은 일단 다음 시즌 주전 1루수로 윤석민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민은 올해 10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4 14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윤석민은 넥센에서 지난 두 시즌 간 부동의 주전은 아니었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준주전급 멤버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는 주전들의 부상으로 윤석민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왔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의 뒤를 이을 유격수 후보로 윤석민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야진에 김하성과 김민성이 자리를 잡으면서 뒤로 밀렸다. 윤석민에게 박병호의 공백을 메워야하는 역할은 그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다.
김현수가 떠난 두산의 외야진도 주전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민병헌과 정수빈이 외야진의 주전 두 자리를 예약한 가운데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박건우와 정진호, 김인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1순위인 박건우는 올 시즌 70경기 타율 0.342 54안타 5홈런 26타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현수의 공백은 수비보다 타격에서 더 크다. 두산은 한동안 외국인타자 복이 없었다.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김현수가 중심타선에서 4번 타자까지 소화하며 그나마 외국인 타자의 공백을 메우는 모양새였다. 두산으로서는 다음 시즌 김현수을 대체할만한 타격 능력에 외야수비까지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찾는 게 급선무다.
KBO 차원에서도 특급 스타들의 연이은 해외진출로 다음 시즌부터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박병호가 4년간 독점해왔던 홈런, 타점왕 부문 등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올 시즌 홈런 1~2위 박병호와 삼성 나바로가 모두 팀을 떠나면서 지난 시즌 40-40을 달성한 NC 에릭 테임즈, 3년간 평균 31개의 홈런을 때려낸 삼성 최형우 등이 다음 시즌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떠올랐다.
영스타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박병호는 LG 시절만 해도 거포 유망주로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나 넥센 이적 이후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며 각성한 케이스였다. 김현수는 프로 지명에 실패하여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이후 대박을 터뜨렸다. 기존 스타들의 이적과 변화를 필요로 하는 구단의 사정이 맞아떨어진다면 어떤 선수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로야구다.
올해 KBO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는 삼성 구자욱은 호타준족에 준수한 외모까지 겸비해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구자욱은 이미 상무시절 퓨처스리그에서부터 남다른 기량을 과시하며 '될 성 부른 떡잎'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두산 김인태, LG 서상우, 넥센 신재영, KIA 심동섭 등 각 구단들이 공들여 몇 년째 육성해오고 있는 유망주들이 다음 시즌 기량이 얼마나 만개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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