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회심의 '김홍걸 카드' 신의 한수 아닌 악수?
'DJ 적통' 영입했지만 과거 전력까지 재조명
이희호 여사 만류설에 중국행까지 "상처뿐인..."
'신의 한수'로 꺼내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김홍걸 카드'가 악수(惡手)가 됐다. DJ의 삼남인 홍걸씨의 영입을 위해 비례대표를 보장했다는 밀약설과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 출마설, 이희호 여사의 만류설에 더해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 등 홍걸씨의 과거 전력까지 문제가 되면서다. 현재 홍걸씨는 입당 이틀만에 돌연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일단 문 대표는 홍걸씨의 출마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는 26일 오후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의 입당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우리당이 영입을 발표한 인사들은 모두 총선 출마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단 한 분 예외가 바로 김홍걸 박사"라고 못 박았다.
또 홍걸씨가 아버지의 정통성을 이어 당을 살리려는 충정으로 입당을 결심했다며 "김홍걸 박사는 지역구로도,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저희가 특별히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입당 발표를 함께 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앞서 입당을 선언한 24일 발언과는 분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당시 홍걸씨는 "출마선언을 하려고 이 자리에 선 게 아니다"라면서도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분명하게 밝히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더민주와 국민의당, 동교동계 사이에 DJ 적통 경쟁이 불붙으며 홍걸씨의 출마설이 최대이슈로 부상했다. 불출마를 확언한 문 대표의 대응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인사는 "정말 출마 계획이 없었다면, 홍걸씨가 입당했던 당일에 순수한 의도라는 것을 확실히 말했어야지, 왜 굳이 일 터지고 돌연 중국으로 떠나고나서야 말을 하나"라며 "결국 궁지에 몰렸으니까 이제와서 불출마 할거였다고 발을 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홍걸씨가 비례 한 석을 받나 안 받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정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홍걸씨가 DJ 정신의 정통성을 잇는다는 이유만으로 입당하기엔 더민주뿐 아니라 야권 전체로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던 안철수 의원의 '거짓말'이 들통난 상황에서 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은 이 여사의 '중립적 역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날 한 월간지는 안 의원이 지난 4일 이 여사를 예방하면서 나눈 회담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안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자, 여사께서는 '예전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도 안타까웠다. 이번에는 꼭 정권교체를 이루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 하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선 이같은 대목을 찾을 수 없다. 안 의원이 정권교체 의지를 피력하자, 이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는 짧은 덕담을 건네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김홍걸씨가 어머니의 입장을 지키고 중립성을 지키려 했다면 더민주에 영입이 안됐을 거다"며 "따라서 당연히 이 여사는 홍걸씨의 입당을 만류했을 수밖에 없다. 정말 정치에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입당을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홍걸씨가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해 힘을 보탰던 전력도 언급했다.
아울러 홍걸씨 논란을 계기로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전력도 재조명돼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야권 신당 관계자는 대뜸 "역풍이 불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장 종편에서 최규선 게이트부터 시작해서 DJ가 사과하는 것까지 내보내면서 연일 불을 뿜고 있지 않나"라며 "김현철씨는 정치를 안한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김홍길-김현철-노건호까지 순서대로 쭉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표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며 "마음이 너무 급했나"라고도 했다.
반면 더민주 주류계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를 '더민주의 실책'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국민의당과 새누리의 프레임"이라며 "당 나간 사람들이 뭔 말인들 못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버지가 만든 당에 아들이 들어와서 정통성을 찾고 정체성을 잇겠다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며 "만약 홍걸씨가 국민의당으로 갔다면 안철수 측이 이런 식으로 과거를 들췄겠느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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