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실종 신고 8일 후에야 CCTV 확인...초기 의심 정황·2차례 조사에도 불구 뒷북수사로 용의자 놓쳐
경찰이 경기 안양시 20대 여성 실종 사건에 대해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잠적한 용의자를 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초기 의심 정황을 확보하고도 여성을 미귀가자로 판단해 용의자를 놓치는 등, 조기에 수사를 마무리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안양 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9시21분 "안양에 사는 여동생이 15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실종자 A씨(20) 언니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실종된 A씨는 지난 1월부터 안양에서 남자친구인 용의자 이 모(35)씨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신고 당일인 17일 이씨를 찾아간 경찰은 "A씨가 자신과 싸우고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
이후 경찰은 A씨와 A의 언니가 연락이 끊긴 지 8일이 지난 22일에서야 해당 오피스텔 CCTV 분석에 나섰다.
영상 분석을 통해 경찰은 A씨가 12일 자정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 외에는 밖으로 나온 정황이 전혀 없다는 점과 남자친구인 이씨가 이틀 뒤인 14일 새벽 1시 25분쯤 대형 종이박스를 카트에 싣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나가는 장면을 뒤늦게 확인했다.
이씨가 렌터카에 실어 나른 대형 종이박스는 가로세로 약 60~70㎝ 정도로 박스 중간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이같은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24일에서야 A씨를 미귀가자가 아닌 실종자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 26일과 28일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이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고도 그대로 놓아줬고, 참고인 조사 이후 이씨의 행방은 현재까지 묘연한 상태다.
용의자 이씨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12일 여자친구(A씨)와 언쟁을 했는데 짐을 싸서 나가더니 이후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박스에 대해서는 "안 쓰는 전선을 모아 버린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귀가자 신고에 따른 수사 과정이 미흡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CCTV를 확인한 시점 역시 늦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이씨 알리바이를 깰 만한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우회적으로 증거를 찾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의 알리바이가 상당 부분 일치하고, 태연하게 조사에 응해 그가 잠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그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뒤쫓고 있다. 실종된 A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A씨 수색도 병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