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오리온 추일승, 암흑에서 광명까지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30 15:23  수정 2016.03.30 15:27

전주 KCC 누르고 프로무대 개인 통산 첫 우승

주류나 스타 출신 아닌 감독으로 좋은 선례 남겨

감독으로서 프로무대 개인 통산 첫 우승을 차지한 추일승 감독. ⓒ KBL

추일승 감독이 드디어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났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주 KCC와의 ‘2015-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120-86 완승,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

오리온으로서는 대구 오리온스 시절이던 2001-02시즌 이후 14년 만에 차지한 2번째 우승이다. KBL의 베테랑 지도자인 추일승 감독에게는 프로무대 개인 통산 첫 우승.

추 감독은 그간 풍부한 경력에 비해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부산 KTF(부산 KT) 시절이던 2006-07시즌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처음으로 올리기는 했지만 동기인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의 벽에 막혀 7차전까지 접전 끝에 준우승에 만족했다.

KTF 사령탑에 물러난 직후 한동안 방송해설과 저술 활동 등에 전념했던 추 감독은 2011년 오리온의 사령탑으로 선임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오리온은 리그의 대표적인 약체팀으로 전락해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감독들도 오리온에서는 번번이 실패하며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추 감독은 특유의 열정과 치밀함으로 오리온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켰다. 서서히 전력을 끌어올린 오리온은 2013년부터 플레이오프 무대로 복귀했고, 이번 시즌까지 4시즌 연속 봄 농구 무대에 개근했다.

물론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추 감독의 오리온은 정규시즌 초반 상승세가 무색하게 후반기와 플레이오프로 갈수록 무기력한 징크스를 반복했다. 약팀이던 오리온을 강팀으로 리빌딩한 것은 그의 공이었지만, 정작 강팀을 만들어놓고도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플레이오프 무대는 추일승 감독의 재발견이었다. 오리온은 올해도 시즌 초반 최고승률을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애런 헤인즈의 부상 이후 하향세를 타며 KCC와 모비스에 밀려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오히려 4강 플레이오프 직행 실패가 전화위복이 됐다. 추 감독의 오리온은 단기전에서 약하다는 징크스를 비웃듯, 동부와 모비스를 내리 6연승으로 완파하고 챔프전에 올랐다. 특히 준결승에서 추일승 감독이 오랜 라이벌이자 숙적인 유재학 감독의 모비스를 전술적으로 압도하는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챔프전을 앞두고는 안드레 에멧과 하승진이라는 원투펀치가 건재한 KCC의 우위가 예상됐지만 내용은 정작 오리온의 일방적 흐름이었다. 오리온은 이번 챔프전에서 20여 점차 이상의 대승만 세 번이나 기록하며 시리즈 내내 KCC를 압도했다. 추일승 감독이 공들인 포워드 농구와 얼리 모션 오펜스를 바탕으로 한 변화무쌍한 전술에 KCC는 속수무책이었다.

추일승 감독은 소위말하는 ‘흙수저’ 출신으로 농구계에서 성공한 보기 드문 인물이다. 홍익대 출신으로 선수시절에도 이렇다 할 경력을 남기지 못했고, 은퇴 이후에는 구단 매니저인 주무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자세를 통해 농구인으로서의 활동영역을 넓혔고, 끝내는 정상에 오르며 ‘주류나 스타 출신이 아니라도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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