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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환호성은 100일짜리...2차 탈당 사태 박두


입력 2016.04.14 14:42 수정 2016.04.15 09:01        고수정 기자, 이슬기 기자

야권발 정계재편 안철수를 둘러싼 세가지 시나리오

새누리, 조기 전대 주도권 싸움 격화시 분당 가능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들어서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김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새로운 정치 지형으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의 과반 의석 실패를 놓고 벌어질 지도부 책임론과 야당의 돌풍은 2017년 대선을 향한 차기 주자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여야에는 정당 별로 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가장 큰 충격에 휩싸인 곳은 새누리당이다. 수도권 참패는 물론 전통적 텃밭인 영남의 상당 의석수를 야당에 내줬다. 의석수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3석)에 1석 뒤진다. 야권 분열이라는 대형 호재 속에 쉬운 선거를 예상했지만, 공천 내홍 등으로 지지층마저 고개를 돌리게 하면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일 다음 날 “공천 과정부터 오만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고, 당력을 결집하지 못하면서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대표직을 내려놨다.

무리한 ‘진박 마케팅’을 주도하며 막장 공천 논란을 낳았던 친박계도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진박 감별사’로 불리며 TK 맹주를 넘어 차기 주자까지 넘보던 최경환 의원의 위상에도 큰 흠집이 났다. 김태호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도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3일 본보와 통화에서 “친박계든 비박계든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권 내부 권력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 불이 붙을 것이다. 칼날은 친박계와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선을 약 1년 10개월 앞둔 상황에서 대선을 치를 관리형 지도부를 선출할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지도부는 14일 오후 6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새판 짜기’에 돌입한다. 당 대표 권한 대행 또는 비대위원장은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원유철 원내대표가 맡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공천 책임을 직접적으로 안고 있는 친박계 인사이기 때문에 당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으로 세우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또한 외부 인사에 맡겨 당 체질을 전면적으로 수술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 경우 친박계의 입지는 대폭 좁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총선에서 생환된 인사 절반 이상이 친박계로, 당 장악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박계에서는 총선 참패 책임을 두고 세대 교체와 개혁 보수 등의 혁신 논쟁을 불붙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차기 주자 행보를 앞두고 있어 비박계는 복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세력화 할 가능성이 크다. 엄 소장은 “친박계가 공천 파동 등으로 인해 코너에 몰리고 유 의원이 재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며 “유력한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친박계가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어 그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친박계와 비박계 중 누가 당권을 쥐느냐에 따라 향후 대권 경쟁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재오·정두언·황진하 의원 등 비박계의 중심 축이 대거 낙선하면서 ‘주류’인 친박계가 자신들의 카드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당 내 헤게모니 싸움이 거세질 경우 분당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박계 수가 우세하기 때문에 ‘제2의 친박 연대’ 등을 결행하려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에서 분당까지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그동안 김 대표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돼 왔지만, 옥새 파동 등으로 인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으면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친박계의 카드로 거론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원내 진입이 좌절됐다. 대선 시계가 빨라 질수록 계파 간 권력 다툼이 거세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황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의 대권 주자 영향력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친박계는 오 전 시장이 낙선하면서 다른 카드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반기문 대망론’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3총선에서 39석을 얻어 제3당의 입지를 굳힌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문재인과 투톱 대선주자 자리매김

야권은 한층 복잡해졌다. 물론 최대 변화는 '호남 몰표'를 받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지다. 정치생명의 기로에 섰던 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38석을 석권, 명실공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톱 대선주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정당투표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동일한 의석수를 얻으면서, 대안세력의 입지도 굳혔다. 

더민주 내 세력 구조도 달라졌다. 원외 인사가 된 문 전 대표는 낙동강 벨트를 석권한 데 더해 외부 영입인재 다수를 원내로 진입시켰고, 최근 '비례대표 순번 사태'를 통해 중앙위원회로 대표되는 친문계의 위력을 보여줬다. 김종인 대표 역시 당초 목표인 107석을 달성했다. 당대표 몫의 비례대표로 총 4석의 당내 기반을 마련했고, 본인 역시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다만 호남에선 문 전 대표의 '읍소' 전략과 김 대표의 '호남 대망론' 모두 철저히 외면을 받아 책임론의 경중을 가늠키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세력 간 관계설정이 과제로 남았다. 

안정적으로 원내에 입성한 국민의당 역시 안 대표 측과 호남 인사들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일단 안 대표는 '이태규'와 '박선숙'이라는 양 날개를 장착했다. 여기에 책사로 영입한 이상돈 교수까지 금배지를 달며 막강한 원내 지원군을 확보했다. 특히 야권연대를 끝까지 거부한 안 대표 측은 이번 선거 결과로 막강한 발언권과 정치적 자신감을 얻게 됐다. 제3정당을 목표로 한 독자노선도 더욱 견고해질 거란 전망이다. 반면 대선 정국에서 범야권 통합이 필수적인 호남 인사들로서는 안 대표 측의 방식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선 이후 야권의 지형 변화는 안 대표를 중심으로 문 전 대표, 비문재인(김종인)과 비안철수(호남) 세력 간 세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민주 비문계가 안 대표와 손을 잡는 경우다. 현재 안 대표의 최대 강점은 호남의 몰표다. 야권 대선주자이자 제1야당 전직 대표도 얻지 못한 최고의 배지를 단 셈이다. 동시에 문 전 대표에겐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더민주에겐 호남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28석이라는 의석수를 떠나 정치적 기반과 정통성이 호남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총선 이후 더민주의 두번째 탈당 사태를 내다보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다들 애써 외면하거나 간과한 것이지만, 더민주에서 제2의 탈당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야권이 대선에 승리하려면 호남 몰표와 수도권 지지, 진보 세력의 총망라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더민주 환호는 100일짜리다. 곧 추가 이탈원들이 속속 생길 것"이라며 "더민주의 비문세력은 자연히 안철수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지역은 물론 50대 이상이라는 확장성에서도 안철수가 더민주를 앞질렀지 않나.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진 안철수에게 줄을 서야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더민주 비문계와 국민의당 호남계의 조합도 고려해볼 수 있다. 더민주와의 연대에 부정적이었던 안 대표가 빠진 시나리오다. 양 측의 연결고리는 '지역 기반'이다. 당초 김 대표는 수도권과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 이번 선거로 수도권 내 영향력은 확보했지만 호남에서 외면당한 김 대표로서는 호남의 지지가 더 목마른 상황이다. 국민의당 호남계도 '호남만으로는 안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즉, 양 측이 각각 호남과 수도권 기반을 공유할 수 있다.

안 대표가 끝까지 '마이웨이'로 독자세력화 할 가능성도 높다. 안 대표는 창당 직후부터 공천 과정 내내 야권연대 문제로 김한길-천정배 의원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끝까지 연대불가를 고수한 결과 '녹색 돌풍'의 주역으로 입지를 굳혔다. 연대를 반대했던 안 대표 측 세력의 발언권도 커졌다. 그런 만큼 향후 세력화 과정에서 더민주와는 어떤 식으로도 손을 잡지 않은 채 독자 노선을 고집할 수 있다. 특히 창당공신이자 안 대표 몫으로 원내에 입성한 박선숙 사무총장,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 등이 비문 또는 호남과 손을 잡을 리 만무하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엄 소장은 "107석을 넘기긴 했지만 김종인 대표의 역사적 소임은 끝났다고 본다. 유권자들로서는 사실상 김종인에게서 미래가치를 발견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 야권은 안철수 대 문재인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남이 빠져나가면 야권 기반의 3분의 2가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호남인들의 민심이 어떤 식으로 이동하는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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