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경제성장률은 반토막인데 세수는 14조 늘어?


입력 2016.05.11 11:39 수정 2016.05.11 11:39        스팟뉴스팀

부가세·월급·소득세의 ‘시간 차’, ‘불황의 역설’ 원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이 64조 원에 달했다. 이는 1분기 세수로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1년 전보다는 14조 원 늘어난 금액이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낸 ‘재정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정부 국세 수입은 지난해 50조2000억 원에서 올해 64조 원으로 13조8000억 원 늘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0.4%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0.8% 성장한 것의 절반이다.

경기는 바닥을 기다 못해 ‘한국판 양적 완화’ 주장이 나올 정도인데, 세수는 27.5%가 더 걷히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시간 차’와 ‘불황의 역설’에서 찾을 수 있다.

‘재정동향’을 분석하면 물건을 사고팔 때 붙는 부가가치세와 월급, 부동산 거래수익에서 떼어 가는 소득세 수입이 특히 많이 늘었다. 부가가치세는 지난해보다 4조5000억 원, 소득세는 3조6000억 원 더 걷혔다.

부가가치세가 보통 거래가 있고 나서 2~4개월 후 국고로 들어온다는 것을 고려할 때 지난해 하반기 집중됐던 코리아 그랜드세일, 개별소비세 인하로 늘어난 소비가 해를 넘겨 세수 통계에 잡힌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득세 역시 지난 2015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은행의 대출심사가 강화되기 전 거래가 급증한 시즌에 매겨진 양도소득세가 올 1~3월에 걸쳐 세수에 잡혔다.

법인세는 오히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1분기보다 3조 원 늘었고, 지난해 3월 실적만 비교라면 2조1000억 원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실적에 대한 법인세 신고·납부가 3월에 이뤄졌다”며 “영업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컸고 법인세 비과세 감면 효과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법인세는 수익에 따라 세금이 매겨진다. 경기불황에 전망이 불투명하자 기업들이 덩치를 불리기보다 실속을 택하면서, 유가증권 시장에 올라 있는 법인의 순이익이 전년 대시 18.7%는 63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가세 수입이 늘어난 데는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수출용 원?부자재를 살 때 낸 부가세를 정부에서 감면해 주는 제도(수출 부가세 환급금)가 있는데 수출이 감소하면서 이용 기업이 줄었다. 수출 부진이 오히려 법인 세수를 늘렸다는 이야기다.

국세의 카드납부 한도가 풀리고 카드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인들이 공과금 납부용으로 법인카드 발급이 늘고, 경기가 어렵다 보니 법인들의 현금 보유가 중요해지면서 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세수 증가가 3년간 이어진 세수 부족 현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1분기는 오버슈팅(추세와 맞지 않게 과도한 일시적 급등) 경향으로 분석했다. 소득세?부가세?법인세 분납 일정을 따져 보면 이런 ‘시간 차’ 세수 호황은 길어도 5월이면 끝난다.

다음 세수 실적은 2분기 이후 경기가 좌우한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1분기에 법인세를 많이 낸 기업이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유지하느냐, 고용과 임금상승률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느냐 등이 관건인데,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전망은 밝지 않다.

한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세금 수입이 14조 원 늘었지만, 세금의 수입과 지출 구조를 평가하는 기준점인 재정수지를 호전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세수가 늘었음에도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나라의 곳간 사정은 더 나빠졌다는 지적이다. 3월 말을 기준으로 정부 수입에서 지출을 뺀 재정수지(사회 보장성 기금 제외)는 23조4000억 원 적자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스팟뉴스팀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