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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합의 끝낸 단원고 '기억교실 이전' 또 제자리?


입력 2016.05.12 20:49 수정 2016.05.12 20:51        하윤아 기자

희생학생 유가족, 제적처리 사태에 "기억교실 이전 합의 협약 이행 불가"

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희생학생 제적 처리 원상 복구 및 책임자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2년째 유지되고 있는 '기억교실'의 이전이 불투명해졌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제적 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기억교실 이전과 관련된 협약의 이행 논의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 따르면 지난 9일 한 유가족이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으려다 단원고 희생자 246명 전원이 제적 처리된 사실이 확인됐다. 단원고 측은 앞서 지난 1월 21일 경기도교육청 앞으로 '희생(실종) 학생 학적처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도교육청으로부터 회신을 받은 뒤인 2월말 246명의 단원고 희생자 전원을 제적 처리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5조와 시행령 제50조에는 학교생활기록 작성·관리, 학생 학년과정 수료 또는 졸업 인정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는 학생 사망 시 중학교는 '면제', 고등학교는 '제적' 처리한다고 돼 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법률적 해석과 관련부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원고 측의 공문에 회신했다.

그러나 제적 처리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유가족들은 "자녀들의 제적 처분에 앞서 부모들과 협의한 바 없었으며, 최소한의 통보도 한 사실이 없다"고 항의, 9일부터 제적처리 원상복구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416가족협의회는 10일 단원고 학부모회의실에서 제18차 확대운영위원회를 열고 단원고의 제적처리와 관련한 법적 조치 검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앞서 9일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과 관련한 협의 진행과 이행 사항에 대한 논의 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협약식에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 제종길 안산시장, 노선덕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등 7개 기관·단체 대표가 참석해 △4·16 안전교육시설의 건립 및 운영 △4·16 추모행사 개최 및 지원 △단원고 내 기억공간 조성 △기억교실의 한시적 이전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유가족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도교육청은 11일 단원고 희생자에 대한 학적 복원을 위해 행정 절차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며 "경기도교육청을 대표해 이번 사태로 유가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이재정 교육감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11일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관계자 6명이 단원고 현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들을 찾아 공식 사과했으나, 유가족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반발하며 책임 있는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촉구했다. 실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기억교실 이전 등 합의이행 선결조건으로 책임자의 진정성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는 이 교육감이 직접 농성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또 다시 반발했고, 일부는 협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낸 기억교실 이전 문제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협의가 제적처리 사태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내 '416 기억교실' 문틀에 '우리의 교실을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데일리안

이와 관련해 현재 도교육청 측은 "사회적 합의로 협약식을 진행한 만큼, 기억교실 이전 등의 협의 이행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학교의 운영과정과 유가족 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향후 협의 절차를 거쳐 합의 사항들을 이행해 나가겠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도교육청 측은 또한 현재 학적 복원과 관련한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실무적 차원에서 단원고와 도교육청 학적담당 부서, 기록원 등 관계 기관이 학적 복원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조율하기 위해 긴밀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적 처리 사태로 반발하고 있는 유가족들이 합의 이행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날 유가족을 찾아 사과한 이 교육감은 일부 학부모들의 협약 이행 거부 의사와 관련해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 주셔서 협약이 잘 이뤄졌으니, 앞으로 모든 협약 사항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에둘러 말하는 한편, 사흘 내 학적 복원 완료를 약속했다.

단원고 기억교실 문제는 앞서 지난 2월 실제 참사를 겪은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희생자들이 사용하던 10개 교실이 추모공간으로 활용되면서 교내 학습공간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자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은 기억교실 이전을 주장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영구보존 입장을 고수해 이전 문제를 둘러싼 협의에 난항을 겪었다.

이후 도교육청과 단원고, 유가족, 재학생 학부모 등은 몇 차례의 대화 끝에 기억교실의 한시적 이전에 합의했고, 이로써 향후 이전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협의 수순이 원만히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제적처리 사태 등으로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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