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실행’ 문우람 ‘큰 그림’ 승부조작의 진화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6.07.21 15:28  수정 2016.07.22 12:22

문우람이 브로커와 이태양 끌어들여 주도

선수가 먼저 제안해 충격...액수도 높아져

문우람과 승부조작에 가담한 이태양. ⓒ 연합뉴스

‘이태양발’이 아니라 ‘문우람발’ 승부조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선수가 큰 그림을 그리고, 동기 투수가 실행에 옮겼다. 모든 과정을 함께 밟은 브로커는 이를 불법 스포츠도박 운영자에게 귀띔하고 수익을 챙겼다. 4년 전 박현준-김성현 때와는 조금 다른 그림이다. 진화(?)했다. 가장 큰 차이가 선수가 먼저 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21일 이태양(23·NC)과 문우람(24·국군체육부대)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밝혔다. 요컨대, 2015 KBO리그 4경기에서 현역 유명 투수가 브로커와 결탁해 1회 고의 볼넷을 던지는 등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그 대가로 불법스포츠도박베팅방 운영자로부터 고액의 금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총 4명을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 등으로 보고 브로커 1명을 구속 기소, 프로야구선수 1명과 베팅방 운영자 1명(별건 구속)을 각 불구속 기소, 국군체육부대 소속 프로야구선수 1명을 군검찰에 이첩했다.

소속 구단과 해당 선수가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진 출석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해 불구속 기소로 결정했지만 4년 전보다 사태는 더 심각했다. 문우람은 직접 승부조작을 제의했고, 브로커와 선수 사이에서 금품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했다.

야구가 단체경기로 승부 자체를 조작하기 힘든 특성상 ‘1회 볼넷’, ‘1회 실점’ 등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스포츠도박의 배당방식을 악용했다. 직접 실행에 옮긴 이태양이 1회 고의 볼넷, 1회 고의 실점 등을 자행했다. 1회 브로커만 아는 볼넷, 사구, 실투를 범한 것이다. 1회를 택한 것은 선발 투수로서 몸이 덜 풀린 것처럼 위장해 감독과 관중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우람 ⓒ 넥센 히어로즈

4번의 시도 중 2번의 성공이었다. 성공률 50%에 받은 돈은 2000만원이다.

지난해 5월 29일 광주 KIA-NC전에서 첫 승부조작이 성공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NC 이태양은 ‘1이닝 실점’의 미션을 받았다. 1회말 몸에 맞는 볼과 희생번트, 적시 2루타로 실점에 성공했다. 승부조작에 성공하자 브로커로부터 고급시계, 명품 의류 등 1000만원 이상의 물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양은 이후에도 선발 등판 경기에서 계속 조작에 나섰다.

지난해 7월 31일 마산 넥센전에서 ‘4이닝 오버(합계 6실점 이상)’를 청탁받았지만 1회 1실점에 그쳐 조작에 실패했다. 8월 6일 마산 롯데전에서는 1이닝 볼넷의 미션을 안고 고의적으로 볼넷을 내줬다. 9월 15일 마산 kt전에서는 1이닝 볼넷을 청탁받았지만 kt 타자들이 아웃되면서 조작에 실패했다.

기존 승부조작 사건과 달리 선수가 브로커에게 먼저 범행을 제의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이다. 2012년 적발된 승부조작 사건의 경우 그 방법이 1회 볼넷 정도로 단순했다. 그 대가도 500~700만원 정도였지만, 이번 승부조작은 수수금액이 2000만원으로 상당히 올라갔다.

그동안 재발 방지를 위해 구단과 KBO가 각종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승부조작 근절에 나섰지만, 그 뿌리는 뽑히지 않고 더 깊은 음지에서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