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강점은 이정현 '호남'·이주영 '옅은 계파색'
정병국 '소장파'·주호영 '무계파'·한선교 '인지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지피지기 백전불태 ). 5일로써 새누리당의 새 대표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20대 국회의 첫 당 대표이자 내년 대통령선거를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만큼,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는 이정현·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이하 기호 순) 의원 등 5명의 주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단일지도체제로 변경된 이후 ‘한 자리’만을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강점과 기회를 부각하고 약점과 위협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이에 ‘데일리안’은 당권 주자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일명 ‘SWOT’을 분석해봤다.
기호 1번 이정현 '빈약한 당 내 조직' 약점
보수 정당 최초의 호남 출신 당 대표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이 후보는 전남 순천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이며, 현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호남 출신 당대표, 그 자체가 정치혁명의 시작”이라며 총선 참패 이후 핵심 의제가 된 ‘혁신’을 실현해 갈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한 언론사의 설문에서 당권 주자 5명 중 3명이 이 후보를 ‘라이벌’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조직력’은 그의 약점이다. 타 주자에 비해 선수도 낮은 데다 호남에서 정치 생활을 해온 탓에 당 내·외 세력이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원조 친박계에 속하는 탓에 총선 이후 당 안팎에서 커진 친박계에 대한 불만이 이 후보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후보는 진박 마케팅,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참사 직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의 편집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보도통제 논란’이 불거진 것은 타 주자들에게 공세꺼리를 제공, 당 대표 후보로서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다만 서청원·최경환·홍문종 의원의 불출마로 ‘옹립 주자’가 없어진 친박계가 이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의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뼛속까지 친박’이자 인지도,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 후보를 당 대표로 밀 경우 이 후보의 약점과 위협 요인은 상쇄될 수 있다.
기호 2번 이주영 '당 내 세력 기반 부족' 약점
이 후보는 ‘범친박’으로 불리며 계파 색이 옅다는 평이다. 공천 참패의 원인인 계파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는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 정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청와대와의 소통 능력도 검증 받았다. 또한 이 후보는 당 내에서 인정받은 ‘정책통’이다. 정책위의장이던 2012년 총선 당시 공약을 총괄하면서 경제민주화 등 현 정부의 국정기조를 뒷받침했다. 경제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를 경우 ‘경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후보가 19대 국회에서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3번이나 낙방하면서 일명 ‘언더독효과(underdog effect·열세 후보에게 동정표 쏠림현상)’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당 선출직 선거에서 번번이 약한 모습을 보였던 이 후보가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 후보가 친박계도, 비박계도 아닌 행보를 해온 탓에 당 내 세력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비박계 주자였던 김용태 의원이 정 의원과 단일화한 것도, 특히 정 후보와 주 후보가 5일 오후 단일후보를 발표하면 이 후보에게 악영향이 될 수 있다.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돼 비주류의 표를 일부 흡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비박 단일주자 세력 규합 흐름에 묻힐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비박계 대표로 표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정 의원을 라이벌로 꼽은 바 있다. 이 후보가 친박계 당권 주자와의 단일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기호 3번 정병국 '중량감 부족' 약점
정 후보는 당 내 원조 쇄신파 그룹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정 후보)’ 중 한 명이다. 정 후보는 남·원 지사와 함께 2000년대 초반부터 보수 정당의 개혁과 세대 교체를 거세게 요구해왔고, 2004년 탄핵정국 때 천막당사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총선 참패 이후 상대적으로 젊고, 혁신과 적합한 인물을 키워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 후보가 적임자로 꼽히기도 했다.
전체 선거인단의 약 34%를 차지하는 수도권 출신(경기 여주·양평)이라는 점과 서울 양천을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과 비박계 단일화를 이뤄냈다는 점, 비박계 좌장격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들이 정 후보 측으로 합류하면서 그의 지원을 받는다는 뉘앙스도 정 후보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비박계 단일 후보에 정 후보가 선택된다면 세력 결집은 물론 여세를 몰아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수도권 5선 의원임에도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약점이다.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을 하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지만 정 후보를 알아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치적 소신 때문에 당 내 조직이 약하다는 점도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듯하다. 비박계가 당 내 구도의 30%만 차지하는 수적 열세라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호 4번 주호영 '공천 결과 불복' 약점
총선 패배 이후 ‘계파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무계파에 가까운 비박이라는 점은 주 후보에게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주 후보 본인도 ‘중립지대 비박’이라고 분류한다. 계파 싸움에 지친 당원과 국민의 표심이 주 후보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계 녹취록 파문으로 전당대회 흐름이 비박계 후보에 유리하게 흐른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특히 여당의 정치적 기반인 TK에서 주 후보 혼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도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박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는 TK 당원들이 비박계 주자, 특히 TK 주자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와의 사이에서 결정되는 비박계 단일 후보에 주 후보가 선택된다면 세력 확장과 결집을 동시에 이룰 전망이다.
다만, 지난 총선 공천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 무소속 출마한 것은 강경 보수층과 박 대통령 지지층에게는 좋지 못한 이미지로 비쳐질 수 있다. 또한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치러진다면 중립지대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주 후보도 결국 비박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적 우위에 있는 친박계와의 세력 대결에서 불리할 수 있다.
기호 5번 한선교 '애매한 당 내 입지' 약점
‘인지도’는 선거에서 재산이다. 한 후보는 오랜 방송 생활로 5명의 후보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2004년 정치권에 입문해선 ‘박근혜의 남자’로 마이크를 잡으며 ‘원조 친박’으로 불려왔다. 정 후보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출신(경기 용인병)이기에 선거인단 득표에서 표 흡수력이 높을 수 있다. 한 후보가 ‘여론조사의 강자’로 불리는 이유다. 한 후보 측에서도 “인지도 측면에서는 앞설 수 있다”는 분위기다. 실제 1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전국 유권자 122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18.0%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 후보는 당 내 입지가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서·최 의원 등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친박 주류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는 지난달 29일 출정 기자회견에서도 친박 주류에 대해 “강성 친박이 사라져야 계파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 때문에 당 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지지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한 후보가 당권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지만, 비박계 단일 후보가 5일 발표되면 범친박 이 후보와의 친박계 내 단일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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