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았던 올림픽 성화, 만약 불 꺼진다면?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8.06 14:59  수정 2016.08.06 18:48

봉송 위한 토치에 압축 가스라 이론적으로 꺼지지 않아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가 토치에 옮겨붙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불의의 관중 난입으로 금메달을 잃은 전 마라톤 선수 반더레이 데 리마가 이번 리우 올림픽 성화 최종 주자였다.

2016 리우 올림픽이 6일(한국시각) 브라질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화려한 개막 퍼포먼스에 이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회 선언과 올림픽기 계양, 선서 등이 차례로 이어졌고 전 세계의 이목은 성화에 집중됐다.

당초 브라질 축구 영웅 펠레가 유력한 최종 점화자로 거론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하차하며 누가 불을 붙일 것인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먼저 프랑스 오픈을 세 차례 석권한 테니스 전설 구스타보 쿠에르탱이 성화를 들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리고 올텐시아 마르카리(애틀랜타 올림픽 농구 은메달리스트)의 손을 거친 성화는 마지막 주자인 반더레이 데 리마에게 건네졌다.

반더레이 데 리마는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37km 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다 주로에 뛰어든 관중의 방해로 페이스를 잃어 동메달에 그친 불운의 주인공이다. 데 리마는 포기할 법했지만 끝까지 레이스를 지켰고, 결국 동메달을 따내 브라질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번에도 올림픽 성화는 갖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난 6월에는 한 청년이 봉송 중인 성화에 물 양동이를 던졌고, 20일 뒤에는 또 다른 남성이 아예 소화기를 갖고 난입해 불을 끄려했다. 급기야 지난달 27일에는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성화 봉송로를 막아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란 뜻을 지닌 성화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대인들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태양으로 횃불에 점화, 올림픽 개최지까지 릴레이로 봉송하곤 했다. 이 불은 성화대에 붙여져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타올랐다.

근대 올림픽에서는 성화가 최초로 도입된 때는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대회다. 하지만 당시에는 성황봉송을 재연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성화릴레이가 시작된 때는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로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가 정치적인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청년들을 동원했다. 성화의 운반은 개최지에 따라 비행기 또는 배로 운반되며 육지에서는 사람들이 릴레이로 전달한다.

리우 올림픽 개막식 최종 주자로 나선 반더레이 데 리마. ⓒ 게티이미지

그렇다면 성화 봉송 도중 불이 꺼지면 어떻게 될까.

올림픽위원회(IOC)는 이 같은 이변을 방지하기 위해 채화 시 여러 군데 불꽃을 옮겨 붙인다. 기본적으로 성화는 성화로와 랜턴, 그리고 토치(성화봉) 등 3단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즉, 성화 봉송 주자들이 들고 뛰는 토치의 불이 꺼지더라도 대기 불꽃이 있어 재점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화 릴레이에서 봉송 주자들 근처에서는 램프에 불꽃을 담은 차량이 뒤따르곤 한다.

이 같은 조치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마련됐다. 당시 거센 폭풍우로 인해 주경기장의 성화가 꺼지자 조직위원회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담배 라이터로 불을 다시 붙이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따라서 IOC는 올림픽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성화는 반드시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된 불꽃만을 써야한다고 발표했고,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보조 성화를 마련하기로 했다.

보조 성화가 활용된 첫 번째 사례는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봉송 도중 이유 없이 불이 꺼지자 준비했던 불꽃으로 재점화가 이뤄졌는데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결국 조직위원회 측은 토치 제작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성화가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 도달한 성화는 밤이 되자 강풍에 의해 불이 날아갔지만 그리스라는 지역적 이점을 살려 올림피아에서 다시 채화가 이뤄졌다.

관중들의 방해로 불이 꺼지는 일도 있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기 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성화는 반중(反中) 티베트 시위대 저항에 부딪쳐 무려 세 차례나 불꽃이 사라져 버렸다. 결국 파리 시내를 통과하려던 당초 계획은 전면 백지화 됐고, 보조 불꽃으로 다시 불을 불여야 했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불이 꺼지는 일이 반복됐다. 어이없게도 요인은 불의 상극인 물 때문이었다. 지난 7일 영국 하트포셔의 올림픽 카누 경기장에서는 영국의 남자 래프팅 선수단이 운반을 맡았다. 그러나 급류로 인한 파도가 토치를 덮쳤고, 불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봉송 도중 강한 바람에 불이 꺼지기도 했다.

압권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다. 당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렸지만, 미처 경기장 밖을 빠져나가지 못한 몇 마리가 성화대에 앉았고, 점화 당시 불에 타죽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한편, 성화 봉송을 위한 토치는 압축 프로판 가스가 들어 있어 이론적으로는 물속에서도 불이 타오를 수 있다. 토치의 무게는 모든 사람이 부담 없이 들 수 있는 400g 내외로 제작되며, 봉송 시 한 사람당 500m 이상은 이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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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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