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향한 청년들 제안 "봉사와 연계 어떨까"
서울시 홈페이지 내 청년수당 관련 '시민제안' 10여개 글 게재
현금 지급 역기능 등 지적사항에 시민들 다양한 제안 쏟아내
서울시 홈페이지 내 청년수당 관련 '시민제안' 10여개 글 게재
현금 지급 역기능 등 지적사항에 시민들 다양한 제안 쏟아내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이 연일 화두다. 해당 사업의 내용과 절차, 영향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반 시민은 물론 서울시 청년들도 청년수당 사업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서울시에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 19~29세 청년 중 별도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인원에 한해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활동지원금을 지원해 구직 등 청년들의 사회진출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현금 지원 이후의 사후관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한편에 마련된 ‘시민제안’(천만상상오아시스)에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해 제안할 수 있도록 별도의 테마를 구성했다. 서울시는 지난 3일을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4주간 시민들의 제안을 받을 예정이다.
제안 수렴기간의 중간 시점인 17일 현재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시민들의 제안은 총 15건이다. 시민들은 이번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지적사항을 보완할 대책으로 △취업프로그램 참여 의무화 △재능기부 혹은 봉사 참여 시 수당 지급 △주거비용 등 간접지원으로 전환 △선정 대상자 공개 △지급 방식 변경 등을 언급했다.
취업 관련 프로그램 이수 혹은 참여 의무화
지난 3일 첫 번째로 제안을 올린 아이디 ‘t*****’는 “단순히 구직활동으로만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것보다 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해 청년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자”며 “구직 중인 청년에게 원하는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수당을 받으면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실업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청년수당의 순기능 확보가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6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제안이 올라왔다. 이번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로 선정된 28세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안 작성자는 “사업 대상자를 위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고 지원사업 대상자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교육 과정을 홍보한다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당을 지급함과 동시에 취업역량 강화 혹은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병행해 실시하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는 지급된 수당이 청년들의 구직활동과 무관한 항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것으로, 시민들은 지원 사업의 취지에 따라 취업·구직이라는 목적에 맞게 지원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제안은 고용노동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사업과 상당히 유사하다. 취성패 사업은 34세 미만 미취업 청년과 중장년의 취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노동부는 취업상담-직업훈련-취업알선 등 단계별로 마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원자에게 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노동부는 청년희망재단과 함께 3단계 취업알선 단계에서 면접비용 등 구직활동을 위한 지원금 지급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재능기부·봉사 참여 시 수당 지급
지난 4일에는 “청년수당을 재능수당으로 바꿨으면 한다”는 내용의 제안이 게재됐다. 아이디 ‘o*****’는 “29세까지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취지나 목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한다”면서도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한부모 등의 자녀에게 교습에 대한 대가를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게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워 생활전선에 뛰어든 미취업자가 학습의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재능을 기부하면 이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도록 해 다양한 형태로 수혜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이어 9일에는 “청년이라면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수당이라는 지원체계가 봉사와 접목이 된다면 너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년수당을 그냥 주지 마시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3시간 봉사활동을 접목시키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열릴 것 같다”는 아이디 ‘ye********’의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무분별한 현금지급 대신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거나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형태로서 지원금을 받은 데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자는 견해를 보였다. 청년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내놓은 일종의 개선책인 셈이다.
주거비용 등에 간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
시민들은 또한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현재의 사업 방향에서 월세 등 주거비용에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모색해볼 필요성을 언급했다.
5일 아이디 ‘bu*******’는 “크게 다뤄지는 반대의견들 중 하나로 뚜렷한 사용 목적 없이 현금을 지급하여 자칫 무분별한 사용이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 있다”며 “청년주거에 대한 문제 해결 목적으로 청년수당을 사용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 최대 50만원까지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월세를 지원하는 ‘월세 한도 지원’, 월 10~20만원의 월세 일부분을 장기간 지원하는 ‘월세 일정 지원’, 월세 보증금을 무이자 또는 최저 이자로 대출해주는 ‘월세 보증금 대출’ 등에 청년수당을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해당 글 아래에는 “제가 바라는 바다. 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는 공감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자신을 ‘이번 지원에서 떨어진 29세 청년’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도 5일 “청년수당의 의도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논란이 있는 건 현금지급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이고도 대상이 분명한 간접지원 방식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굳이 논란이 있을만한 현금지급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라며 “개인적으로 교재구입 쿠폰이나 식료품 구입카드 혹은 월세나 건강보험료 지원 같은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원방식 전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투명성을 위한 선정 대상자 공개 및 지급 방식 변경
지난 4일 ‘청년수당을 받게 된 25살 취업준비생’이라고 글을 시작한 작성자는 “청년수당을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현금으로 지급된다는 사실과 선정자가 받을만한 사람인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름과 주소를 제외한 선정자 정보 공개, 현금 지급 대신 카드 지급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정자 공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준에서 어떠한 선정자가 선정되었는지 그들의 평균을 공개해야 납득을 할 것 같다”, “현금 지급 부분은 카드로 대체하거나 선정자가 필요할 때마다 일정량의 돈을 50만원 한도 내에서 신청했을 때 지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모 씨 역시 4일 “청년수당을 반대하시는 많은 분들이 대상선정에 의문이 가고 또한 그 대상이 청년수당을 과연 올바른데 쓰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매우 큰 것 같다”며 “그 대책으로 선정자와 선정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공개하는 것이 그들의 의문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 달라. 그리고 청년수당을 쓰게 되면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보고서를 쓰게 돼 있는데 이 또한 공개해 의문에 대한 답을 주는 것 또한 한 방법이라 생각된다”고 제안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아이디 ‘du******’는 6일 “인터넷 결제 기능을 갖춘 바우처 카드 도입이 필요하다”며 “개인계좌로 지원을 받으니 취업 외 사용처와 구분을 해야 하므로 사용처 증명 시 어렵다”고 현금 지원 방식을 다른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성에 대해 거론했다.
한편, 시민들은 이 외에도 지원금 수령 마지막 달 그간의 결과를 작성해 보고서를 첨부하는 방안을 비롯해 청년지원사업 선정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인터넷카페와 같은 창구를 마련해달라는 등 여러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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