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큰 일' 앞두고 JP 찾는 정치인들, 진짜 이유는...


입력 2016.08.20 07:08 수정 2016.08.20 07:10        고수정 기자

'살아있는 보수' '충청 맹주' '정치 9단' 다수 상징성

박지원·반기문 등 행보 의미 부여 도구로 예방 분석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구동의 자택을 찾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구동의 자택을 찾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살아있는 보수' '충청 맹주' '정치 9단' 다수 상징성
박지원·반기문 등 행보 의미 부여 도구로 예방 분석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큰 일’을 앞뒀을 때 찾는 인물이 있다. 바로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다. 김 전 총리는 2004년 4월 19일 정계에서 물러나 조용히 말년을 보내고자 하지만, 정치 후배들이 김 전 총리를 지속적으로 찾으면서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이 김 전 총리를 찾는 이유는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가장 최근 김 전 총리를 예방한 인사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다. 박 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구동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해 안부를 묻는 등 대화를 나눴다. 30여 분간의 회동 후 김 전 총리는 박 위원장을 배웅하며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냉면을 먹자”고 제안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박 위원장은 김 전 총리 예방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일을 즈음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가벼운 인사 차원의 자리라고 보는 시각은 적었다. 김 전 총리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살아있는 보수의 상징’ ‘충청의 맹주’ ‘정치 9단’ 등으로 불린다. 특히 충청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로 작용하는 만큼 충청의 상징인 김 전 총리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정권 교체를 이뤘던 두 사람이 ‘호남·충청 연대론’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두 사람이 회동에서 국민의당의 향후 행보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안 전 대표를 언급하면서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얻었다. 박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DJP 연합 때 모셨던 추억의 말씀을 드리면서 안 전 대표도 지금 좀 미숙한 것이 있더라도 더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한 “김 전 총리는 거듭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라는 강한 말씀을 주셨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의 특별한 상징성 때문에 그를 찾는 인사들은 여권에 더욱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와 같은 ‘충청 출신’으로, 김 전 총리가 이루지 못한 대망론을 실현할 인물로 정치권 안팎의 기대감을 안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한국 방문에서 예정에도 없던 김 전 총리와의 회동을 가졌다. 김 전 총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내가 얘기할 게 있느냐. 비밀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지난달 외교 행낭을 통해 김 전 총리에게 ‘내년 1월에 뵙겠다. 지도 편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친필 서한을 보내면서 결과적으로 그는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충청 대망론’의 중심에 섰다.

김 전 총리의 ‘의중’은 곧 ‘충청 민심’이라는 해석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도 경쟁적 예방이 이뤄졌다. 지난 5월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후보 중 김 전 총리의 ‘정치 문하생’을 자처하는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 후보는 김 전 총리로부터 ‘이번이 기회니까 정진석이가 꼭! 원내대표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비충청권’ 나경원 후보도 김 전 총리를 예방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총리가 (원내대표로서) 유일한 적임자는 나경원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출마 당시에도 김 전 총리를 만나 김 전 총리가 선택한 사람임을 강조했다.

정치적 행보의 의미있는 시작을 알릴 때 김 전 총리를 찾는 이도 있었다. ‘충청포럼’ 회장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다. 막말 파문으로 무소속 출마했던 윤 의원이 지난 6월 16일 복당하면서 84일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자 첫 정치 행보로 김 전 총리 예방을 택했다. 당시 윤 의원의 예방은 충청 대망론, 특히 ‘반기문 대망론’의 중심 역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됐다.

새누리당의 ‘얼굴’이 된 이정현 대표도 지난 17일 김 전 총리를 예방해 “앞으로 새누리당이 민심을 되찾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과 쇄신이 필요한 지”를 묻고, 이에 대한 김 전 총리의 답변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여권에서 거물급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난 이들은 모두 ‘보수의 상징’ 김 전 총리를 찾았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김 전 총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권 교체를 가능하게 한 인물이고, 보수의 상징 중에 살아있는 사람은 김 전 총리가 유일하다. 이러한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충청의 상징이기 때문에 여야 관계없이 김 전 총리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본보에 “김 전 총리는 살아있는 보수의 가장 큰 어른으로,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무게감을 갖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결단이나, 행보,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도구로 김 전 총리 예방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