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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엘리트층 잇단 탈북, 단속에도 둑 무너졌나


입력 2016.10.08 06:26 수정 2016.10.08 06:27        하윤아 기자

태영호 망명 소식 한달여 만에 또다시 해외 주재 북한 보건성 간부 탈북설

전문가 "바깥세계 경험한 지식인층 동요…해외 탈북 늘어날 가능성 높아"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표부 소속 보건성 보건 1국 간부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김정은식 공포정치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맞물려 향후 북한 엘리트층의 체제 이탈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은 주중 북한대사관 건물에 조기가 게양된 모습. ⓒ연합뉴스

태영호 망명 소식 한달여 만에 또다시 해외 주재 북한 보건성 간부 탈북설
전문가 "바깥세계 경험한 지식인층 동요…해외 탈북 늘어날 가능성 높아"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소식이 전해진지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해외 주재 북한 대표부 소속 간부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식 공포정치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맞물려 향후 북한 엘리트층의 체제 이탈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5일 중앙일보는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표부 소속인 북한 내각 보건성 출신 간부가 지난달 말 탈북해 일본행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간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그 일가의 전용 의료시설인 평양 봉화진료소 등을 관장하며 김정은의 건강과 관련한 약품과 의료장비의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북한 엘리트층인 태 공사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회의를 느껴 가족과 함께 탈북, 국내에 입국한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통일부는 긴급브리핑을 열고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과 자녀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며 "태 공사는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 대사에 이은 서열 2위로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라고 밝혔다.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며 북한 체제 선전에 앞장서왔던 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탈북 소식이 큰 화제가 됐다.

북한은 태 공사의 탈북 사태 이후 해외 체류 외교관과 주재원, 가족 등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과 소환을 지시하는 등 특별 대책을 통해 단속을 강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해외 주재 북한 간부의 탈북 소식이 보도되며 북한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6일 '데일리안'에 "김정은 정권의 단속에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도 있고, 강한 단속과 압박의 부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 회수나 해외검열단 파견 등을 통해 해외 주재 간부나 노동자들의 동요를 차단하고 탈북 사태의 확산을 저지하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조치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에서의 탈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계속되는 공포정치와 대북제재가 맞물려 해외 주재원의 탈북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주재원이나 파견 근로자의 추가 탈북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 단속을 강화해오고 있지만 최근 해외에서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북한 정권의 단속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반증"이라며 "해외에 가족과 함께 나와 있는 상태에서 귀국명령이 떨어지면 아예 가족들을 동반해 탈북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과 맞물려 향후 탈북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밖에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도 "북한 당국은 지속적으로 탈북을 억제하고 통제하려고 하겠지만, 북한 밖의 세계를 경험한 이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생각해 단속의 영향이 미치기 전에 (탈북할) 기회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식인계층이라고 볼 수 있는 중산층에서 이와 같은 동요가 부분적으로 일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해외에서의 탈북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6일 북한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과 관련해 "(김정은) 체제 균열의 징후인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엘리트층의 탈북을 김정은 체제 균열 조짐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양적, 질적 측면에서 심각한 붕괴 징후로 볼 수는 없지만 균열의 징후인 것만은 틀림없다"며 "그렇지만 이것이 붕괴로 이어지는 트리거(trigger, 방아쇠)요인이 되느냐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확한 숫자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올해 들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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