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선희, 미 전문가와 트랙2 접촉한 ‘진짜’ 이유는...
북·미, 17~18일 스위스 제네바서 민간차원 접촉
전문가 "말레이시아 트랙2 회의 물밑작업일수도"
북·미, 17~18일 스위스 제네바서 민간차원 접촉
전문가 "말레이시아 트랙2 회의 물밑작업일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북한 당국이 미국 민간 인사들과 첫 비공식 접촉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접촉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관계 및 대북정책 방향을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한 탐색전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살피는 한편, 주한미군 철수나 한반도 평화협정 등에 대한 미국 측의 의중을 떠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에서는 강력한 제재와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핵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모습이 일본 교도통신 취재진에 포착됐다. 최 국장은 오는 17~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 접촉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 국장이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운영자인 조엘 위트 등 북한 전문가들과 접촉하고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최 국장의 이번 제네바 행은 트럼프 미국 차기정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아직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최 국장은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접근방식을 묻는 취재진에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어떤 종류의 정책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북한의 대미정책 담당자가 미국 측 인사와 접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행정부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향후 북미관계 및 대북정책 방향성을 타진하기 위한 탐색전에 나선 것이라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북미 간 이번 접촉은 앞서 지난달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 인사 간 트랙2 대화의 연장선상으로, 당시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물밑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당시 비공식 대화를 통해 차기 정부에서 다룰 대북 이슈를 논의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16일 본보에 “최근 북미 간 대화 기류는 미국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서로 탐색하기 위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정권 교체 시기를 노려 핵개발을 인정받고 대북정책 방향성을 살피려는 의도인 한편, 미국 입장에서는 다양한 논의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은 그간의 요구대로 미국 측과 접촉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할 것”이라며 “핵보유국을 인정받고 이후 핵동결 협상에 나서며 북미대화, 결국 미국과 직접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시절 북한 김정은을 향해 “미치광이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도 “햄버거를 먹으면서 핵 협상을 하겠다”며 강온 양면 전략을 사용해온 만큼,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확립되기 전 북미 간 전략적 계산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본보에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 전략을 취하는 등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미 간 향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밑 작업을 취하는 단계일 수 있다”며 “미국 측에서는 정부 인사가 아닌 민간 전문가가 나서면서 그만큼 많은 선택지를 갖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앞서 이와 같은 형태로 말레이시아 트랙2 대화가 있었던 만큼, 당시 대화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북한이 계속해서 핵보유국 인정, 핵동결, 북미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내용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번 북미 간 트랙2 대화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북미) 접촉의 성격을 민간 접촉으로 규정해야 할 것 같다”며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임무를 띤 접촉이 아닌 만큼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바로 전날인 1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미 간 트랙2 대화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미국 정부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이 같은 트랙2 회의는 과거에도 늘 있었던 것으로 이번 회의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15일(현지시각) 북미 간 트랙2 접촉과 관련 “정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나 리치-앨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랙2 접촉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주제로 일상적으로 열리는 것”이라며 이번 북미 민간 접촉에 대한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 한반도 정책 협의를 위해 16일 고위 대표단을 파견,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으로 차기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방위공약과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강력한 대북 압박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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