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기록센터, 탈북민 대상 '인권 실태조사' 착수한다
하나원 입소 탈북민 전수조사…정책수립 및 책임규명 자료로 활용
"사례 기록하는 자체가 북한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 줄 수 있어"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이하 센터)가 오는 9일부터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있는 전체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인권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5일 밝혔다.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9월 출범한 센터의 북한인권 실태조사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실태조사는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이 12주 동안 정착교육을 받는 하나원에서 이뤄진다. 여성 탈북민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하나원에서, 남성 탈북민은 강원도 화천에 있는 제2하나원에서 받게 된다.
설문지는 △탈북민 인권의식 △시민·정치적 권리 △경제·사회적 권리 △취약계층 인권실태 등 분야별로 구성돼 있으며, 세부적으로 공개처형, 연좌제, 정치범수용소, 강제송환 등 140여개 설문 문항이 있다. 센터는 "국제기준에 부합되도록 북한이 당사국으로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등을 참고해 설계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설문지를 활용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된다. 센터 조사관이 설문지를 통해 전반적인 인권침해 실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가 파악될 경우, 법정양식에 따른 문답서를 작성한다. 문답서는 검증 단계를 거쳐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로 이관된다.
앞서 센터는 지난달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 116명(여성 93명, 남성 23명)을 대상으로 북한인권 실태 시범조사를 진행했다.
시범조사에 참여한 탈북민 중 67명이 △강제북송 과정에서 자행된 폭행 및 가혹행위 △구금 시설 혹은 조사과정에서의 폭행·성폭행 △공개처형 △아사 △실종 △가족에 대한 구금 △관리소 현황에 대한 내용 등 총 130건의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했다.
130건의 사례 중 탈북민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례가 65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그 외 목격한 사례가 50건, 타인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례가 15건이다.
실제 탈북민의 증언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A 씨는 강제북송 과정에서 권총이나 손으로 폭행을 당했고, B 씨는 예심장에서 항변하던 중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사망했다. 예심은 북한의 형사소송절차 4단계(수사-예심-기소-재판) 중 하나로, 수사결과를 넘겨받아 심문하는 단계를 말한다.
조사결과는 북한인권과 관련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와 향후 인권범죄 책임규명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 북한의 인권실태를 대내외에 알릴 계획이다.
센터 측은 "북한인권의 전반적 실태와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정부 명의의 공식 보고서 발간함으로써 관련 정책 수립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또 일단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어 인권침해를 완화할 수 있는 기재가 될 수 있다"고 실태조사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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