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에 막힌 마이스터고 졸업생들, 다시 대학으로…
“대학 나오면 일 주겠다. 지금 네가 하는 건 잡일”무시 일쑤
교육부 "회사 측에선 졸업생들에 높은 만족도 보였는데…" 당황
“대학 나오면 일 주겠다. 지금 네가 하는 건 잡일”이라는 말 듣기도…
#전혜진 씨(24, 가명)는 2010년 우수한 기술인력을 우수기업에 취업하도록 한다는 ‘마이스터고’에 처음으로 입학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2년 취업을 한 뒤 고졸 취업자로서 5년간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생활에 결국 대학 행을 택했다.
고졸 취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학벌중시 풍토와 스펙위주의 채용 관행으로 고졸 취업자들이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지난 4년간 추진해온 교육개혁을 돌아보며 “고졸 취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채용 시 ‘학력’을 묻는 기업은 94%에 달했고 ‘어학점수’를 요구하는 기업은 49.4%에 달하는 등 스펙위주의 채용 관행은 여전했다(2016대한상의)”고 평가했다.
전혜진 씨는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학교와 연계된 제조·화학기업에 취직한 경력 5년차 직장인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업을 해 취업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아 좋았지만, 연봉이나 처우를 넘어 사내 생활에서도 차별을 받는 것이 힘들어 지난 해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4년간 더 투자를 했으니 고졸자는 연봉이 적어도 억울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서 더 차이가 크다. 같은 경력일 때 연봉부터 2~3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씨가 대학진학을 결정한 이유는 연봉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슷하게 입사한 대졸 직원들에게는 비중이 있는 일을 시켰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온 전 씨에게는 커피 심부름, 복사, 결재 대신 올리기 같은 것들이 반복됐다. 술자리에서 대놓고 ‘대학교를 나오면 일을 주겠다. 지금 너에게 시키는 건 잡일이다’라고 말하는 상사도 있었다.
전 씨는 학력으로 가장 설움을 겪었던 때는 3년차 시절 갓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무시를 당했을 때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선배로서 교육을 하던 중 보고서 누락 부분을 지적했더니 ‘회사 직원들은 안 넣어도 다 알거에요. 이건 대학에서 대학수학을 배워야 아는 부분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이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졸 취업자 중에서도 여자들은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힌다며 “똑같은 고졸 사원이라도 ‘남자는 혼내고 거칠게 대해도 담배 한 개비, 술 한 잔에 풀리는데 여자는 그게 안 된다’는 소리를 하며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왜 그럴 것 같냐”고 되물었다.
고졸자로서 면접을 볼 때부터 회사에서 ‘대학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여건이 되면 방송대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답에 면접관은 “그런 대학 말고 4년제 대학을 가라”고 답해 전 씨를 당황하게 했다.
제대로 된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는 본인을 뒤로하고 실무 경험과 함께 앞서나가는 대졸 후배들을 보면서 전 씨는 대입을 준비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한 대학교(야간)의 공학대학에 합격해 올해부터는 퇴근 후 학생이 된다.
대학에 입학한 소감을 묻자 그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이다. ‘4년만 죽어보자’는 각오로 시작하지만 과연 버틸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며 “출발점이 달라도 사람마다 특별함이 다르다는 것을 이 세상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은 회사에서도 잘 협조해줘서 이런 기회가 있었다며 “K대학교는 취업자를 위한 전공이 있지만 야간대학이 없어서 자영업자가 아니면 갈 수 없고, 합격을 해도 회사 측에서 반대를 해서 포기한 친구도 봤다”고 설명했다.
전 씨와 같은 사례를 들은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 민동준 사무관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이스터고 운영 지원을 담당하는 민 사무관은 “마이스터고는 지난 2013년 첫 졸업생을 배출해 낸 이후 취업률은 90%를 넘겨왔고, 회사 측의 인사담당자들도 졸업생들에 대해 80~90% 이상 만족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에서 후진학을 반대한다는 사례에 대해서도 그는 “3년 근무를 마친 후 본인의 의사에 따라 후진학(재직자 특별전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학생들이 우수한 만큼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교육부는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일학습병행 및 선취업후진학 활성화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고졸 채용 박람회, 성공 사례 홍보 등을 통해 기업의 고졸 채용 문화 확산 및 학생·학부모의 인식 전환을 도모하고 후진학 지원 사업을 통합·개편해 효과적인 대학의 평생교육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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