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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김정은 지시 따른 테러…정찰총국 소행일 것"


입력 2017.02.23 16:57 수정 2017.02.24 10:12        하윤아 기자

남파간첩 출신 김동식 "김정은 허락 없이 공작 절대 할 수 없어"

"3대 세습 비판이 제거 요인…김정일 생일 전 암살 필연적 결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왼쪽)과 이복동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자료사진) ⓒ중앙일보/연합뉴스

남파간첩 출신 김동식 "김정은 허락 없이 공작 절대 할 수 없어"
"3대 세습 비판이 제거 요인…김정일 생일 전 암살 필연적 결과"


지난 1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공작기관이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테러공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파 간첩 출신인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23일 '김정남 암살 배경과 파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정남에 대한 암살은 북한이 감행한 테러라고 판단된다"며 "북한이 아니면 김정남을 죽여야 할 이유가 있는 국가가 없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범행이기 때문"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 연구원은 "김정남 암살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감행됐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서 김정남 암살을 지시하거나 명령할 사람은 오직 김정은밖에 없고, 북한 공작부서가 수행하는 모든 공작이 최소한 김정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대남침투의 경우에도 김정은의 지시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김정남 암살과 같은 중요한 공작을 김정은의 지시나 허락 없이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정찰총국 소속의 해외정보국이 이번 공작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정찰총국에는 해외정보국, 작전국, 정찰국 등 3개의 공작부서가 있으며, 이 중 해외정보국은 테러를 전문으로 하는 공작조를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해외정보국은 그 전신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시절부터 테러조를 만들어 운영해왔다"며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가 본격적으로 테러전문 공작조를 만들어 운영한 시점은 1984년이다. 당시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졸업생들 가운데 격술을 잘하고 육체적 능력이 특별히 좋은 5~6명의 인원을 선발해 외국어교육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이 김정남 암살을 지시한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김정남과 그의 아들 김한솔이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김정은의 비위를 강하게 건드린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외부에서 김정남을 김정은 제거 이후 북한을 이끌어갈 대체 인물로 간주하고 있는 점, 김정남의 존재가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 등도 결심을 굳히는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북한에서 소위 '광명성절'이라고 불리는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벌어진 것과 관련, "북한이 김 씨 일가 생일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필연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암살 임무 수행 요원들이 공작계획을 작성할 때 '최고지도자에게 기쁨을 드린다'는 명목으로 명절이나 기념일을 강조하는 점에 미뤄, 이번에도 김정일 생일을 맞아 김정남 제거 임수를 완수하겠다고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공작부서가 김정일 생일을 앞둔 시점에 의도적으로 어떤 구실을 붙여 김정남을 말레이시아로 유인했다면 그가 김정일 생일 전에 암살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제3자를 통해 대상을 제거하는 '청부살인' 방식에 '장난'이라는 형식이 추가된 새로운 수법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테러범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상대를 죽게 하는 행동인 줄 모르고 테러에 가담했고, 그 결과 암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청부살인과는 다르다"며 "이에 따라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사용한 방식을 '청부장난살인'이라고 하는 것이며, 이 방식은 새로운 살인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그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 리정철이 도주한 다른 북한 국적 용의자들과 달리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데 대해 "그가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 공작부서에서 암살계획을 세울 때 리정철은 작전에 직접 투입되지 않고 운전 등 외곽에서의 지원임무만 수행토록 함으로써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체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까지 잔인하게 암살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김정은은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이복형까지 암살하는 반인륜적인 잔학행위를 감행하였으나, 오히려 체제를 붕괴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지난 1995년 남파된 간첩을 데리고 월북하라는 지시를 받고 남한에 침투해 간첩활동을 하다 충남 부여에서 군경과 총격전 끝에 붙잡힌 뒤 전향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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