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두’ 후 박찬호처럼, 류현진도 일어서나
콜로라도전 4이닝 10실점, 데뷔 후 최악 피칭
과거 대량 실점 이후 경기에서는 오히려 호투
LA 다저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각),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이닝 동안 8피안타 6볼넷 1사구 10실점(5자책)으로 부진, 시즌 5패째를 떠안았다.
경기 초반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3회를 제외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려 6개의 볼넷과 사구 및 보크를 각각 1개씩 내주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3실점한 4회에는 정신적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홈런을 허용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모습의 류현진이었지만, 9번째 실점을 하고 난 뒤에는 한층 상기된 표정으로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급기야 2,3루 상황에서 세트 포지션이 아닌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자 2루심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또 다시 와인드업으로 공을 던지려 했고, 결국 보크 판정을 받고 말았다. 바뀐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류현진의 한 경기 10실점은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2번째로 많이 내준 점수다. 역대 최다 실점은 1999년 박찬호로 공교롭게도 같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다.
박찬호는 1999년 4월 세인트루이스전에서 2.2이닝 11실점(6자책)으로 무너진 바 있다. 그 유명한 ‘한만두’(한 이닝 만루 홈런 두 개)가 나온 경기다.
당시 박찬호는 세인트루이스의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로부터 3회에만 만루 홈런을 2개 맞았다. 타자가 같은 투수를 상대로 한 이닝에 만루 홈런 2개를 뽑아낸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나올 수 없는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는 ‘한만두’ 굴욕을 맞본 뒤 다음 등판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다행히 나흘 뒤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서 6.2이닝 8피안타 2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물론 박찬호는 이 후유증으로 13승 11패 평균자책점 5.23의 부진한 시즌 성적표를 받았다.
류현진도 대량 실점 후 호투를 펼친 기억이 있다. 종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실점 경기는 2014년 4월 샌프란시스코전이다. 당시 2이닝 8피안타 8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다음 등판인 애리조나전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해 7월 디트로이트 원정에서도 2.1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었는데 다음 등판인 샌디에이고전에서는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안 좋았던 기억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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