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관련 남성 전원 북한국적…신원 밝혀져

지휘자 ‘하나모리’ 정체는 북한 보위성 소속 리재남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관여한 남성 용의자들이 전원 북한인이라고 밝혔다. (자료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

지휘자 ‘하나모리’ 정체는 북한 보위성 소속 리재남

6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관여한 남성 용의자들이 전원 북한인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 철’이란 이름의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 정권이 김정남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해왔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도주한 남성 피의자 4명의 이름 등 신원을 공개했다.

완 아지룰은 ‘하나모리’라는 가명을 쓰며 김정남 암살을 현장에서 지휘한 동양인 남성의 정체가 북한 국적자 리재남(57)이라고 밝혔으며,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여)의 손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직접 발라주고 김정남을 공격하게 한 '장'과 '와이'(Y)의 진짜 이름은 홍송학(34)과 리지현(33)이라고 밝혔다.

장과 와이 등이 김정남을 공격하는 사이 공항내 호텔에서 체크아웃 절차를 밟은 '제임스'란 인물은 북한인 오종길(54)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경찰 측은 지난 1월 31일부터 리재남과 홍송학, 리지현, 오종길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해 범행을 준비했으며, 이들은 은 김정남을 암살한 뒤 약 세 시간만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여객기에 올랐고,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거쳐 평양으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들의 항공편은 북한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준비했다. 김욱일은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출국하는 모든 국민을 대하듯 이들을 대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남성 피의자들의 국적을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의자 4명은 올해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뒤 국외로 도주한 혐의로 지난 3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적색수배한 북한인 4명과 동일인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리재남과 오종길은 북한 보위성, 리지현과 홍송학은 북한 외무성 소속이며 2인 1조로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을 포섭해 훈련한 뒤 김정남 암살에 투입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