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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ovie] 은유·상징·독기, 어렵지만 강렬한 '우상'


입력 2019.03.17 09:16 수정 2019.03.17 09:16        이한철 기자

한석규·설경구·천우희 독기 가득한 연기 압권

날카로운 메시지, 관객들 반응 엇갈릴 듯

영화 '우상'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눈과 귀를 가려버린 어긋난 믿음, 그들 앞에 지옥의 문이 열린다.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신망받는 자신의 정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은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그날 밤 사고의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최련화, 부남과 함께 있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그녀에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알아서도 안 될 진실이 숨겨져 있다.

'우상'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을 단박에 홀린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작품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수진 감독은 본인만의 우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 나가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그려간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남자,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남자,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 '우상'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를 숨죽이게 하며 이야기를 몰고 나간다. 사고의 비밀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퍼즐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종국에는 각자의 우상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에 홀려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 강렬한 메시지가 관객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든다.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이수진 감독은 치밀하고 예리하게 서스펜스를 쌓아간다. 전작 '한공주'에서 인물의 세밀한 감정과 사건을 둘러싼 미세한 공기와 분위기까지 화면에 담아내는 섬세한 연출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던 그가 더 깊이 있고 밀도 높은 연출을 선보인다.

우상을 지켜내기 위해 혹은 만들어내기 위해 나아가는 세 캐릭터의 유기적인 이야기와 끝을 향해 맹렬하게, 숨 쉴 틈 없이 치달아가는 긴박한 전개는 이수진 감독의 손끝에서 폭발적인 몰입감을 주며 완성됐다.

여기에 '차이나타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스크린에 내놓으며 장르영화 명장으로 떠오른 제작진이 합류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서스펜스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최고의 실력파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모두가 입을 모아 연기파 배우라 인정하는 이들이 '우상'을 통해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를 보인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배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연기 마스터 한석규는 '우상'에서 차기 도지사 후보이자 모두의 믿음을 얻고 싶었던 남자 구명회 역을 맡았다.

구명회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 후 자신의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명예와 권력이라는 본인 만의 우상을 좇아감과 동시에 모두의 우상이 되고 싶었던 구명회의 양면적인 얼굴을 담아내는 데 한석규는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그가 연기한 구명회는 인자한 웃음 너머에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시민들 앞에서 몸에 밴 듯 친절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한다. 그 찰나의 순간들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한석규는 구명회라는 복합적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영화 '우상'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수많은 인생 캐릭터와 대표작들을 탄생시키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아온 설경구는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 유중식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이번에도 한계 없는 변신으로 대중들 앞에 섰다. 설경구는 데뷔 이래 최초로 노랗게 탈색한 머리색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죽은 아들이 연루된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요한 부성애와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비통한 심정,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뒤섞인 다양한 모습의 유중식은 오직 설경구만이 해낼 수 있는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역할이었다.

이수진 감독과 함께한 '한공주'부터 '손님', '곡성'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연기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천우희는 또 한 번 파격적인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다.

중식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그 날, 사고 현장에 함께 있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여인 최련화는 '우상'에 서스펜스를 불어넣는 결정적 캐릭터다. 매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과 인상을 남겨왔던 그녀는 이번에도 역시 천우희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게 할 장악력을 보여준다.

등장과 동시에 숨죽이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인물 최련화로 스크린을 뛰노는 천우희의 놀라운 연기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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