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북한, 왜 무관중 경기?
북한과 0-0 무승부로 마감
편파 응원 지적 의식했을 가능성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행보가 또 한 번 모두를 당황케 만들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2차 예선 3경기서 2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북한에 골득실 차에서 앞서며 H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경기 내용보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상상을 초월했던 북한의 행보다.
29년 만에 성사된 평양 원정길은 국제 축구사에 좀처럼 보기 드문 케이스로 치러졌다. 북한 측은 자신들의 홈경기에 한국 응원단은 물론 취재진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북한을 찾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TV 중계도 무산됐다.
이에 벤투호는 축구대표팀 선수단 25명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임원, 코치진 등 총 55명만이 방북에 나섰다.
취재진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국내 팬들은 '깜깜이 문자중계'로 경기 소식을 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평양 현지에 파견된 축구협회 홍보팀 직원이 경기 중 수시로 주요 내용 및 특이 사항을 메일이나 팩스로 전하면 협회에서 다시 국내 취재진에 문자로 전달했다.
문자로만 전달받는 내용에 한계가 있어 구체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취재진이 협회를 통해 전달 받은 경고, 선수 교체, 최종 스코어 등 기본적인 사안들만이 팬들에게 전해질 뿐이었다.
이날 경기는 남북전 초유의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당초 양 팀의 매니저 미팅에서 이날 김일성경기장에는 4만 명의 관중이 운집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 현지에 파견된 협회 관계자는 “경기장에 관중이 아무도 없다 외신 기자 역시 없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알려왔다. 경기가 시작한 이후에도 관중은 입장하지 않았다.
37위인 한국과 113위 북한의 피파랭킹 차이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이 홈에서 망신을 당할 것을 우려해 원정 취재진과 홈 관중의 입장을 제한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홈에서 강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서 1-4로 패했던 레바논을 최근 홈경기에서는 2-0으로 제압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한국과 최근 8경기 대결에서 6차례 무승부를 기록하고, 두 차례는 한 골 차로 패했기에 홈에서라면 어느 정도 승리에 대한 기대를 품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따라서 홈에서 망신 당할 것을 우려했기보다는 편파 응원 지적을 의식한 나머지 경기에 임박해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응원단과 취재진의 방북을 막고나자 일방적인 홈 어드밴티지에 대한 비판이 우려돼 ‘무관중 경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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