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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시중은행 신탁상품 판매 범위 '동상이몽'


입력 2019.11.20 06:00 수정 2019.11.19 20:58        박유진 기자

ELS 100% 편입 고위험 상품 넘쳐나 고강도 규제

은행권 "신탁업 위축"vs당국 "상품 구조 바꾸면 그만"

ELS 100% 편입 고위험 상품 넘쳐나 고강도 규제
은행권 "신탁업 위축"vs당국 "상품 구조 바꾸면 그만"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 발표로 은행권은 신탁업의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원금 손실 위험을 낮춘 상품 판매를 유도하는 상황으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데일리안


시중은행에서 원금 손실 위험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 문턱을 높인 것과 함께 잘나가던 신탁 상품에까지 제동이 걸리자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상품 설계 구조를 바꿔 판매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은행권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후속 방안으로 발표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 비상 대책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간 종합의견을 수렴해 금융당국에 전달할 계획으로 신탁업 제한 조치를 막고자 총력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은행권에서 원금 손실이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뒤 판매 제한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연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촉발한 DLF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방안에서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이해도가 낮은 상품, 원금의 20~30%가 손실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사모펀드의 개인 투자 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됐고 주가연계 자산을 편입하는 신탁 상품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는 사모펀드 판매 규제까지는 예상했지만 신탁까지 제한이 걸릴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사고는 펀드에서 났는데 신탁까지 판매를 막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탁업의 경우 은행의 자산관리 핵심 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탁은 종합자산관리 상품이다. 고객이 맡긴 유·무형 재산에 대해 은행은 운용·관리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고 자산 규모를 키워 고객에게 돌려준다. 상품 종류별로는 주가연계신탁(ELT) 등에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 ESL, DLS 등을 편입하는 상품이 있다. 또 유형 자산으로는 부동산과 동산, 주식을 담보로 맡기는 상품이 있다.

은행권은 이 상품에 대해 ELS와 DLS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위주로 영업 규모를 키워왔다. 사실상 펀드 상품처럼 운용해 온 것인데 은행이 판매한 ELT나 DLT 신탁 중에는 ELS를 100% 편입하는 등 손실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 있어 판매 제한이 결정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고난도 신탁 상품 같은 경우 여전히 팔 수 있고 은행들이 상품 운용 구조를 바꿔나가면 충분한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보험업권의 경우 소량이지만 신탁 판매 때 편입 자산에서 ELS의 비중을 3~5%로 두고 나머지 90% 이상은 안전 자산인 채권에 투자해 판매하는 상품을 팔은 바 있고, 은행도 이처럼 상품 구성을 바꾸면 영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규제안으로 발표한 원금 손실 20~30% 분류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업계 의견을 반영해 비율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 은행권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됐던 상품들이 보장한 수익률도 연 4%였는데 손실 한도를 20% 이하로 낮추면 정기예금의 이율보다도 못한 상품이 나올 수 있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ELT와 DLT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수익 추구형이라 ELS 등의 편입 비중을 높여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DLF의 경우 연 4%의 수익을 내고자 원금 전액 손실을 투자자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 분담이 존재했고, 은행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번 불씨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은 증권사로 가서 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며 "은행이 노후 대비를 위해 만든 상품을 주가 연동 자산 등에 100% 투자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업계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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