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등장에 ‘국정농단 세력 부활’ 규정
‘정권심판’ 수세에서 공세 전환 포인트
위기감 조성해 비례연합당 촉진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으로 선거판이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 파장이 나타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기위축' '방역실패' 등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오히려 호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공세 포인트로 잡은 프레임은 '국정농단 세력의 부활'이다. 4일 제윤경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들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지침을 내리고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은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금태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심판,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은데 이어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할 말이냐"면서 "이번 총선은 박 전 대통령의 왜곡된 정치적 욕망을 완전히 종결시키는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일단 코로나19 방역이 중요한 시기여서 본격적인 '정쟁'에 나서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다만 '역공'의 포인트가 생겼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야의 대립각을 분명히 세워 지지층 결집과 동시에, 탄핵 당시 여론을 상기시켜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핵심 전략통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미래통합당이 되면서 아무리 국정농단을 말해도 전선이 세워지지 않았었다. 지금의 미래통합당을 국정농단 세력이라고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경제실패와 방역실패, 국정책임 등 정권심판론에 대한 수비적 입장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공격의 포인트가 하나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최재성 의원 등은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탄핵추진" 발언을 빌미 삼아 '국정농단 세력의 쿠데타 기도'라는 식의 공세를 펼쳤었다. 비례연합정당 추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 외에 중도층까지 아우르기에는 메시지의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국정농단 세력이 어떻게 정권심판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림이 나왔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국정농단을 비판하려면 도덕성을 갖춘 정부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조국이 다시 등장하면 삐끗할 수 있다. 정교하게 전략을 짜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소강상태에 접어든 비례연합정당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워 대구경북 지역이나 비례선거에서 표를 얻으려고 했던 소수정당들이 힘을 잃게 됐다. 미래통합당에 유리한 국면이 형성된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보수가 단일대오가 되면 반대편인 민주당의 결집효과도 분명하다. 지금 논의 중인 비례연합정당이 촉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