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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의 빨간맛] 한반도는 여의도가 아니다


입력 2020.07.10 07:00 수정 2020.07.10 05:1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이인영 통일장관 후보자에게 '추진력' 기대하는 분위기

'국회의 시간' 이어 '통일부의 시간' 올까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상상력의 자유, 소통의 기회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막힌 것을 뚫겠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는 '추진력'으로 요약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당 원내대표직을 맡아 '여당 숙원 법안'으로 꼽히는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기어이 통과시켰다.


당시 그는 야당과의 소통과 합의를 입이 닳도록 강조했다. 하나 그의 결론은 합의 포기였고, 그가 선보인 정치적 상상력은 '4+1 협의체'를 통한 강행처리였다.


그는 제1야당을 배제하고 군소정당의 이해를 반영해가며 숙원 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그렇게 국회 문턱을 넘은 선거법은 위성정당 출범과 재합당이라는 촌극을 빚으며 누더기로 전락했다. 또 한 번의 거대양당 출범으로 선거법 개정 취지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괴물을 막겠다고 또 다른 괴물을 만들겠다는 공수처법의 후과도 조만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으로서 '상상력'을 언급했다는 건 또 한 번의 '마이웨이'를 예고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이라며 "워킹 그룹이 어떤 일을 했는지 리뷰해보고 평소 가졌던 소신 등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동북아에 속한 한반도 여건이 여의도의 민주당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자는 여의도에서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의 리더였지만, 동북아에선 중국‧러시아라는 거대 야당과 일본이라는 범여권에 둘러싸여 있는 처지다. 사실 범여권 일본과도 척을 진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연대세력인 미국 만류를 뿌리치고 극단성향의 소수정당 북한과 손잡고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고 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이 후보자는 원내대표 시절, 숙원 법안 강행처리를 시사하며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 됐다고 했었다. 독자 대북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그는 지금 '통일부의 시간'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 이 후보자가 주도했던 '국회의 시간'은 '누더기‘와 '또 하나의 괴물'을 유산으로 남겼을 뿐이다. 그런 그가 이끌어나갈 '통일부의 시간'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 시간이 거꾸로 흘러 70년 전을 가리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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